
서로 다쳐도 신고하지 않기로 약속하면 폭력이 ‘합의된 놀이’가 될 수 있을까. MBC가 2026년 10월 26일 보도한 신종 학교폭력 ‘야차룰’은 학생들이 맨몸으로 싸우고 그 장면을 촬영해 퍼뜨리는 행태다. 한 영상에는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학생 두 명이 폭력을 주고받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무방비 상태의 학생이 일방적으로 폭행당하고, 주변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보도는 이런 영상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취재에 응한 중학생은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뒤 얼굴을 때리고 침을 뱉는 식으로 싸우며, 서로 동의하고 각서를 쓴 뒤 영상을 찍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촬영은 현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 학생은 놀이터 등에서 찍은 영상을 친구를 통해 본 적이 있다고 했고, 싸움 장면에 배경음악을 붙여 SNS에 올리는 사례도 전했다.
영상 게시와 공유는 폭력 뒤에도 조롱과 2차 피해를 이어지게 한다.
관련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최근 3년간 증가했다. 2024학년도에는 107건이었고, 지난해에는 223건으로 두 배를 넘었다. 보도 시점인 2026년에는 8월까지 160건이 집계됐다. 피해 학생 10명 중 7명은 중학생이었다. 이 수치는 심의로 이어진 사례의 규모를 보여주며, 피해가 중학생에게 집중되는 양상도 드러낸다.
BTF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 김석민 과장은 싸움을 기획하거나 다른 학생에게 강요하는 경우, 장소를 마련하는 경우뿐 아니라 촬영·유포한 영상을 판매하는 학생도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서로 동의했다’는 설명만으로 사건의 성격을 다 설명하기 어렵다.
싸움에 누가 참여했는지뿐 아니라 강요와 장소 제공, 촬영·유포가 어떻게 얽혔는지도 살펴야 한다. 또래 사이 위계질서를 강요하고 영상으로 피해를 확산하는 문제인 만큼, 보도는 학교와 경찰의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