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가 의료기기 업체 직원을 수술에 참여시킨 사실을 숨기고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는 2026년 10월 1일 병원장 A씨의 사기 혐의를 무죄로 본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유죄를 확정한 것이 아니라, 대법원의 법리에 따라 다시 심리하도록 한 파기환송이다.
A씨는 2015년 4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의료인이 아닌 의료기기 판매업체 직원 B씨를 인공 고관절 반치환 수술 등에 참여시킨 혐의를 받았다. B씨는 수술 부위를 벌리는 리트렉터를 잡고, 인공관절을 뼈에 넣을 때 쓰는 임팩터를 받쳐주는 일을 했다.
A씨는 이런 참여를 알리지 않은 채 수술이 적법하게 이뤄진 것처럼 청구해, 2015년 7월부터 2019년 5월까지 23차례에 걸쳐 9538만여 원을 받았다는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사기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B씨의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면서도 주된 의료행위는 A씨가 했고 B씨는 도구를 잡는 등 보조 역할에 그쳤다며 사기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비의료인의 일부 참여만으로 A씨가 부정 청구를 고의로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보조행위에 그쳤더라도 비의료인의 수술 참여가 무면허 의료행위라면 해당 의료기관은 그 수술의 요양급여비용을 적법하게 받을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 사실을 숨기고 정상 수술인 것처럼 청구하는 행위는 공단을 속이는 것이며, 병원 대표자가 이를 알면서 용인했다면 사기 고의도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는 범위는 B씨가 참여한 수술의 급여비용으로 한정했다. 그 수술과 별개인 입원비·약제비·검사비까지 사기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혀, 부정 청구의 범위를 구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