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연구팀이 SiC(탄화규소) 전력반도체의 결함을 판별하는 지표의 오류를 밝혀내고 새 지표를 제시했다. 약 15년간 결함 신호로 알려졌던 빛의 파장이 실제 원자 구조와 맞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SiC 전력반도체는 고온·고압을 견디며 전류의 방향과 전력 변환을 제어한다.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설비처럼 높은 전압과 열을 다루는 분야에 쓰이는 만큼,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한 결함을 찾아내는 품질 검사가 중요하다. 원자층이 쌓이는 순서가 어긋나는 ‘적층 결함’이 생기면 부품이 제 성능을 내지 못할 수 있다.
산업계는 웨이퍼를 깨지 않고 결함을 검사하기 위해 빛을 쏘는 광발광(PL) 검사를 활용한다. 결함 부위에서 나오는 빛은 정상 부위와 파장이 다르다는 원리다. 그런데 ‘(4,1) 프랭크형 적층 결함’의 판별 지표는 424nm로 알려져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기준에도 반영돼 있었다.
연구팀은 이 수치가 빛의 신호와 실제 원자 구조를 직접 대조해 얻은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나문경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반도체연구센터 책임연구원과 홍순구 충남대 연구팀, 호리바에스텍코리아, SK실트론 등 공동연구팀은 상용 웨이퍼 207장에 담긴 10만여 개의 결함 데이터를 분석해 프랭크형 적층 결함이 주된 종류임을 확인했다. 이 결함은 결정 구조에서 원자층 하나가 빠지거나 새로 들어가 생긴다.
시트와 크림을 겹겹이 쌓는 케이크에서 시트가 올라갈 차례에 크림이 한 겹 더 놓이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빛으로 결함 위치를 찾은 뒤 해당 부위를 수 나노미터 단위로 잘라 원자분해능 주사투과전자현미경(HAADF HR-STEM)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4,1) 결함의 지표는 기존에 알려진 424nm가 아니라 459nm로 드러났다.
나 책임연구원은 빛의 신호와 실제 원자 구조를 직접 연결해 오랫동안 굳어진 판별 기준의 오류를 바로잡은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신호는 불량 원인을 추적하고 제조 공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악타 머티리얼리아’ 9월 8일자에 게재됐으며, 한국전기연구원은 10월 25일 이를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