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와 파킨슨병을 앓는 A씨 계좌에서 요양보호사 B씨에게 1억6600여만원이 넘어간 사실을 경찰이 확인했지만, 2025년 6월 사기 혐의는 불송치됐다. 가족의 이의신청 뒤 검찰(현 공소청)은 2026년 8월 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은 당시 조사하지 못한 참고인들을 만나고 A씨의 의료기록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2015년 뇌출혈로 세 차례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어려워졌고, 2018년 무렵부터 치매와 파킨슨병을 앓았다. B씨는 2020년 11월부터 방문요양센터 소속으로 A씨를 돌봤다. 2022년 11월 A씨 남편이 숨진 뒤에는 센터를 거치지 않고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돌봄을 맡았다.
미국에 사는 아들이 있어 A씨는 일상생활의 상당 부분을 B씨에게 의존했다. 가족은 2024년 10월 함께 일한 다른 요양보호사의 제보로 계좌 거래를 알게 됐다.
가족이 확인한 내역상 첫 이체는 남편이 숨진 지 사흘 뒤인 2022년 11월 9일이었다. 장례가 치러지는 중 100만원이 B씨 계좌로 송금됐고, 이후 2024년 10월까지 196차례에 걸쳐 1억1612만3000원이 이체됐다.
2023년 8월에는 정기예금 1억원을 해지한 뒤 현금 3000만원과 1000만원권 수표 2장이 B씨에게 건네졌다. 가족은 2024년 9월 130만원에 팔린 A씨 소유 승용차의 대금도 B씨가 가져갔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A씨가 인지능력 저하로 피해를 진술하기 어렵고 평소 B씨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기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가족 측은 A씨가 현재 거액을 줬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며, 심신장애를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얻으면 성립할 수 있는 준사기 혐의를 주장한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 대신 장보기와 살림을 했고, 자신의 형편을 알던 A씨가 도와주려고 돈을 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중앙일보에 돈은 이유 없이 받은 것이 아니라 일한 대가이며 A씨가 본인 의지로 줬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A씨를 돌본 친동생은 조사했지만 다른 참고인은 조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