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기약을 먹을 때 비타민을 챙기려고 주스로 약을 삼키거나 과일을 곁들이기도 한다. 그러나 과일 주스는 약에 따라 혈중 농도를 높여 부작용 위험을 키우거나 흡수량을 줄여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 과일의 종류뿐 아니라 복용하는 약의 성분도 살펴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자몽과 자몽 주스가 일부 의약품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안내한다. 일부 고지혈증·고혈압 치료제는 자몽과 함께 섭취할 때 혈중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자몽의 푸라노쿠마린 계열 성분이 소장에서 약물을 분해하는 효소인 CYP3A4의 작용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영향을 받는 약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며, 같은 계열이라도 성분에 따라 차이가 있다.
반대로 알레르기 비염 치료제 알레그라정은 과일 주스가 약의 흡수를 줄일 수 있는 사례다. 성분명 펙소페나딘인 이 약의 허가사항은 자몽·오렌지·사과 주스가 생체이용률을 낮출 수 있다며 물과 함께 복용하도록 권고한다. FDA는 펙소페나딘을 과일 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혈액으로 흡수되는 약물의 양이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과일 주스는 장에서 약물 흡수를 돕는 운반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귤에도 같은 주의사항이 적용될까. 자몽·오렌지와 귤이 모두 감귤류라는 이유만으로 자몽이나 오렌지 주스의 약물 상호작용을 일반적인 귤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펙소페나딘의 주의사항도 귤을 먹으면 같은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 아니다.
귤을 먹는 것과 주스로 약을 삼키는 일도 구분해야 하므로, 감기약을 먹은 뒤 귤을 먹었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약은 물로 복용하고 제품 설명서에 적힌 음식·음료 주의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걱정된다면 약사에게 복용 중인 제품명을 알려 상담할 수 있다.
과일 주스 외에도 감기약과 함께 먹는 음료에 주의해야 한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2025년 10월 발표한 감기약 안전 복용 안내에서 일부 감기약에 카페인이 들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약을 복용하면서 커피·녹차·콜라 등 카페인 음료를 자주 마시면 섭취량이 늘어 가슴 두근거림이나 불면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일부 감기약의 항히스타민 성분은 졸음과 어지러움을 일으킬 수 있으며, 술을 함께 마시면 졸음 등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어 음주를 피하는 것이 좋다. 감기약은 여러 성분으로 구성될 수 있고 제품별 주의사항도 다르다. 다른 감기약이나 두통약·생리통약을 추가로 복용할 때는 성분이 중복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