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정부는 지난 22일 각 가정이 비상물자를 마련하도록 하는 ‘비 레디(Be Ready)’ 캠페인을 발표했다.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과 대규모 정전, 자연재해 등으로 전기·수도 같은 공공 서비스가 끊길 상황에 대비하라는 취지다. 영국에서 이와 같은 대국민 대비 운동이 나온 것은 냉전기인 1980년대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지침은 72시간을 버틸 물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물은 가구당 9L가 아니라 1인당 하루 3L씩 사흘치를 준비하고, 통조림 등 비상식량과 현금, 구급상자, 여분 배터리가 든 손전등, 태엽식 FM 라디오, 여권 사본도 챙기도록 했다.
재난이 발생하면 공공 서비스가 복구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어, 그동안 각 가정이 최소한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지난 1월 폭풍 ‘고레티’ 때 수만 가구가 정전을 겪었고 일부 지역은 전력 공급이 72시간 넘게 끊겼다.
캠페인은 20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전 이후 러시아의 대유럽 하이브리드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발표됐다. 웨스 스트리팅 국방장관은 적대국이 전력망·결제 시스템·공급망을 노리는 공격을 ‘하이브리드전’ 대신 ‘국가가 후원하는 테러’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며, 위협은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24년 5월부터 제공해 온 가정용 비상 대비 지침을 보완했으며, 앞으로 3년간 홍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캠페인 발표 뒤 대비 움직임도 나타났다. 비상식량과 생존 도구를 파는 서전트 프리퍼 샵의 잭 브라운 공동대표는 시작 후 24시간 만에 평소 한 달 치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반면 케미 베이드녹 보수당 대표는 국민에게 위기 대응을 떠넘기기보다 정부가 국경과 군대, 기반 시설을 지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앤디 버넘은 위기에는 맑은 정신이 필요하다며 술 대신 콩 통조림과 수프를 비축하겠다고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