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값이 5억 원 올라도 서울 1주택자의 통장에 그만큼 쓸 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뿐 아니라 관리비와 공과금, 자녀의 식비와 학원비가 매달 빠져나간다. 집값 상승은 자산가치를 높이지만, 이를 현금으로 바꾸려면 집을 팔아야 한다.
보유세까지 오르면 장부상의 자산과 실제 살림살이 사이의 간격은 더 커질 수 있다.
10월 25일 파이낸셜뉴스가 소개한 추정 사례에서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공시가격은 13억1600만 원에서 17억2300만 원으로 30.9%(4억700만 원) 상승했다. 이에 따른 연간 보유세 추정액은 289만 원에서 439만 원으로 약 150만 원 늘어난다.
월평균으로는 12만5000원가량이다. 집을 팔지 않아도 자산가치 상승에 따라 세금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고가 주택은 부담 규모가 더 크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의 공시가격은 45억6900만 원으로 제시됐고, 연간 보유세 추정액은 2855만 원이다. 기사에 따르면 세금은 1년 사이 1026만 원 늘었으며, 월평균 약 238만 원에 해당한다. 두 사례의 보유세는 모두 추정치다.
그렇다면 집을 팔아 차익을 챙기면 될까. 기사 속 가정처럼 5년 전 7억 원에 산 집이 12억 원이 되더라도, 서울에서 계속 살려면 새 집을 구해야 한다. 주변 집값도 함께 오르면 매도 대금 대부분이 새 주거지를 마련하는 데 들어갈 수 있고, 세금·중개보수·이사 비용도 발생한다.
집을 줄이거나 외곽으로 옮기는 선택 역시 출퇴근 부담과 자녀의 교육환경 변화 때문에 쉽지 않다.
반면 월급이 50만 원 오르면 연간 가처분소득은 600만 원 늘어난다. 집값 상승분은 팔기 전까지 생활비로 쓰기 어렵지만, 월급 인상분은 매달 지출에 보탤 수 있다. 자산가치가 커졌다는 사실만으로 가계의 현금흐름까지 나아지는 것은 아닌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