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현성은 영화 ‘실낙원’에서 선우를 연기하며 김현주와 주고받은 감정 장면을 특히 기억했다. 극 중 선우의 엄마 소영을 맡은 김현주와는 촬영 전에 한 차례 만났지만, 배현성은 충분히 가까워질 시간이 없었던 점이 두 인물의 낯설고 불편한 관계를 표현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감정 장면을 준비하며 김현주의 눈빛을 본 배현성은 그 안에 소영이 품은 9년 치 감정이 담겨 있다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는 김현주가 소영으로 몰입한 모습을 보며 자신도 자연스럽게 선우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두 사람이 오므라이스를 먹으며 대화하는 장면을 인상 깊게 꼽았다. 김현주가 예상보다 더 슬프게 우는 모습을 보고 감정이 흔들렸고, 그 덕분에 선우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촬영 기간은 짧았지만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장면이 많아 두 배우가 더 돈독해졌다고도 했다.
배현성은 연기에서 눈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사람마다 다른 눈빛과 생명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I 배우의 눈빛 표현은 아직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도 밝혔다.
연상호 감독과의 작업은 ‘실낙원’을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배현성은 ‘지옥’에서 연상호 감독과 처음 만났고, 하루 촬영으로 끝난 것이 아쉬워 더 길게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 ‘실낙원’ 대본을 읽고 어둡고 심연이 가득한 이야기와 선우라는 인물에 끌렸으며, 이전과 다른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 출연 의사를 밝혔다.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토론토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를 경험한 일도 기억에 남았다. 토론토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대사에 관객들이 웃는 모습을 보며 문화에 따라 작품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고 느꼈다. 배현성은 장르보다 캐릭터의 매력과 이전 역할과의 차이를 중시한다며, ‘실낙원’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작품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