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음주측정 전에 입을 헹굴 물을 주지 않았다면, 그 측정 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을까.
대법원은 최근 음주측정 결과의 정확성만 따질 게 아니라, 정해진 절차가 실제로 지켜졌는지를 봐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2023년 12월 9일 세종시에서 벌어졌다.
경찰은 도로 한가운데 시동이 켜진 차에서 운전자가 잠들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김 모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김 씨는 세종시 도로 약 3㎞를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구대에서 실시한 호흡측정 수치는 혈중알코올농도 0.081%였다.
김 씨 측은 측정 전 입 헹굼용 물을 받지 않아 입안에 남은 알코올이 수치를 실제보다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1·2심은 물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측정이 부정확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결과를 증거로 인정했다.
1심은 물 제공 절차가 경찰 내부 지침에 불과하다고 봤고, 2심은 당시 정황상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이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 씨가 소파에 누워 있다가 갑자기 측정기에 입을 대고 불어 경찰이 먼저 물을 주지 못한 측면은 인정했다.
대법원은 절차를 실질적으로 지키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경찰은 벤치에 누워 있던 김 씨를 깨워 물을 주고 충분히 헹구도록 안내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았다.
이에 시행규칙이 정한 입 헹굼 물 제공 절차가 침해됐고, 해당 측정 결과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 당시 이 절차는 경찰청 내부 지침으로 전면 시행된 지 6년이 넘었고, 관련 시행규칙 조항도 신설돼 시행된 지 반년 가까이 된 때였다.
대법원은 경찰관들이 이 절차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