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올해 2분기 경상수지 흑자가 독일과 일본의 흑자 합계를 처음 넘어섰다.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면서 한국의 흑자 규모가 주요국 가운데 중국 다음으로 커졌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수록된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2분기 한국의 경상흑자는 1166억3000만 달러였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1996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독일·일본 합계인 1028억9000만 달러를 넘어섰으며, 차이는 137억4000만 달러였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한국의 흑자는 4.1배로 확대된 반면 독일은 11.9%, 일본은 5.0% 증가했다. 7~8월에도 한국의 흑자는 881억9000만 달러로 두 나라 합계보다 73억7000만 달러 많았다.
흑자 확대의 핵심 동력은 반도체 수출이다. 수출액은 2분기 1138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81.6% 늘었고, 3분기에는 1480억2000만 달러로 218.7% 증가했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수출 물량이 같아도 금액이 커지는 효과가 있었다. 중국과의 격차도 좁혀졌다.
2분기 한국의 흑자는 중국의 60.2%로, 전년 동기의 22.7%보다 높아졌다.
IMF의 10월 세계경제전망은 올해 한국의 경상흑자를 4219억4600만 달러로 예상했다. 전년보다 늘어나는 규모는 2988억9200만 달러로 전망 대상 190개 국가·지역 가운데 가장 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흑자율 전망치는 18.8%로, 기존 최고치인 1998년의 10.1%를 웃돈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수출 호조를 근거로 기존 전망치 4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봤고, 연합뉴스는 5000억 달러에 육박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수치들은 전망이며 확정된 연간 실적은 아니다.
다만 흑자 증가가 반도체 가격 상승에 기대고 있어 지속 가능성이 과제다. 인공지능(AI) 투자 둔화나 경쟁업체의 메모리 공급 확대는 가격 경쟁을 심화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메모리 자체 조달이 늘면 시장점유율이 낮아지거나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 위험도 있다.
전문가들은 호황기에 확보한 재원을 한계기업 구조조정과 산업 체질 개선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정부는 내수 기반을 넓히고 신산업 투자와 서비스업 경쟁력을 강화해 반도체 중심의 수출 성과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잇는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