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에서는 정년을 늦추려는 연금개혁이 대규모 반발을 불렀지만, 한국에서는 법정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에 88.3%가 찬성했다. 같은 ‘더 오래 일하기’ 정책을 두고 여론이 갈리는 배경에는 은퇴 후 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는 정도와 퇴직 뒤 소득 공백의 차이가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23년 법정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개혁안을 추진했다. 노동계와 시민들의 반대 시위에는 하루 최대 10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고, 정부는 관련 조치의 시행을 2028년까지 유예했다.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정부와 은퇴 이후의 삶을 침해한다는 반대 측의 인식이 맞섰다.
OECD 등에 따르면 세후 실질 연금 소득대체율은 프랑스가 70.0%, 한국이 39.0%다. 은퇴 전 세후 월소득이 300만원인 경우 프랑스의 비율은 연금 월 210만원 수준에 해당한다. 세전 총소득대체율도 프랑스는 56.6%로 OECD 평균 52.0%를 넘지만, 한국은 33.4%다.
연금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프랑스에서는 더 일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게 느껴지고, 한국에서는 정년을 늘려 소득을 이어가려는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
한국의 소득 공백은 정년과 연금 수급 시점이 다르다는 점에서도 생긴다. 법정 정년은 만 60세이고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출생연도 등에 따라 최대 만 65세여서, 퇴직 후 연금 수령까지 최대 5년이 비어 있을 수 있다. 2023년 노인 빈곤율은 한국 39.8%, 프랑스 6.2%로 차이가 컸다.
한국노총이 만 20∼69세 성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정년을 만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는 데 88.3%가 찬성했다. 다만 입법은 지연됐고, 2026년 연내 처리 여부도 불확실하다는 게 10월 25일 보도 당시의 상황이다.
노동계는 퇴직 뒤 소득 공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과 청년층 신규 채용 위축을 우려한다. 고용노동부는 연내 정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며, 노사 간 이견과 세대별 고용 영향을 조율하는 일이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