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와 중국 저장연구소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냄새를 디지털 데이터로 바꿔 다른 장소에서 재현하는 ‘센트로닉(Scentronic)’을 개발했다. 지름 약 15cm로 손에 들어오는 장치가 냄새를 감지하고 향을 다시 만들어 낸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1일자에 게재됐다.
인터넷이 연결되는 곳이라면 냄새 정보를 원격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시스템의 핵심이다.
센트로닉은 냄새를 읽는 전자코와 향을 내는 장치로 구성된다. 전자코에 탑재된 반도체 센서 6개가 냄새를 전달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감지해 전기 신호로 바꾼다. 인공지능(AI)이 신호를 분류한 뒤 인터넷으로 전송하며, 통신에는 약 65밀리초가 걸린다.
연구팀은 이 정도의 전송 시간이 실시간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카메라가 빛을, 마이크가 소리를 다루듯 전자코가 냄새 정보를 읽어 보내는 방식이다.
받는 쪽 장치에는 액체 향료와 압전소자가 들어 있다. 전달된 신호에 따라 압전소자가 미세하게 진동하면 향료가 작은 방울로 분사되고, 향료를 조합해 냄새를 재현한다. 현재 전자코가 인식하는 대상은 맥주·케이크·커피·오렌지·레드와인 다섯 가지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향기 특성을 지니면서도 일상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냄새를 실험 대상으로 골랐다. 참가자 14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재현된 냄새를 정확히 맞힌 비율은 72.86%였다.
연구팀은 메타의 혼합현실 기기 ‘메타 퀘스트3’과 센트로닉을 연동해 가상 진열대에서 맥주를 집으면 맥주 향이 분사되는 실험도 진행했다. 냄새 종류를 늘리려면 전자코가 더 많은 냄새를 인식하도록 학습시키고, 발생 장치에도 그에 맞는 향료를 갖춰야 한다.
연구진은 원격 의료와 가상현실, 온라인 쇼핑, 원격 소통을 활용 분야로 제시했다. 예컨대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 때 향을 원격으로 체험하거나 멀리 있는 가족·친구와 음식 냄새를 나누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