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6회를 방송한 뒤 방영 중단 청원과 팬들의 제작진 설명 요구가 잇따랐다. 쟁점은 역사 소재를 다룬 것 자체뿐 아니라, 기존 의학드라마의 흐름에 어떻게 결합했느냐였다.
지난 24일 방송된 6회에서 1980년 5월 광주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오상범은 46년 동안 총알 파편을 지닌 채 살아간다. 극은 그의 머릿속 총알을 헬기 사격의 증거이자 사료로 제시하고, 의사 계수정이 위험한 제거 수술을 맡으려는 과정을 그렸다.
하지만 오상범은 수술 뒤 형의 환영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수술을 포기한다. 결말에는 5·18과 얽힌 과거를 지닌 가상의 전직 대통령 지두석이 의식을 잃고 같은 병원에 실려 온다. 지두석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인물로 묘사됐다.
시청자 반응은 갈렸다. 일부는 첫 5회까지 환자 치료와 병원 권력에 맞서던 이야기가 한 회 만에 역사·정치 서사로 크게 이동했다고 비판했다. 일본 원작에 없는 설정이라는 점, 오상범을 찾아가는 장면의 버스 번호가 ‘518’이라는 점도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다.
반면 오랜 세월 신체적·정신적 상처를 안고 사는 피해자의 삶을 비춘 시도에 의미를 두는 반응도 나왔다.
방영 당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중단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5·18의 역사적 의미를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정치적 논쟁이 있는 소재를 정치와 무관한 의사 드라마에 활용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청원은 하루 만에 공개 전 찬성 요건인 100명을 넘어 공개 여부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검토에는 최대 7일이 걸리고, 공개되면 30일 안에 5만 명의 동의를 얻어야 소관 상임위원회로 넘어간다.
25일 팬 커뮤니티에 올라온 성명문은 소재 사용 자체나 제작진의 정치적 의도를 단정하지 않았다. 대신 5·18과 가상의 전직 대통령 설정이 의료 서사에서 맡는 역할, 계수정의 달라진 감정 표현이 앞선 회차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생존자와 유족에게 미칠 영향을 검토했는지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제작사 책임프로듀서가 방송 당일 ‘노 피어’라는 문구를 올렸지만 별도 설명은 없었고, 25일 오후까지 SBS와 제작진의 공식 입장도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