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일보는 2026년 10월 25일, 처방약이 의존과 중독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다룬 연재의 첫 기사를 게재했다. 의사가 처방한 약이라는 믿음이 오남용 위험을 가릴 수 있다는 점을 당사자들의 경험을 통해 짚었다.
우주(가명)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집을 떠나고 아버지도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아 오랫동안 혼자 지냈다고 했다. 성인이 된 뒤 불면과 환청을 겪어 부산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약을 처방받았지만, 진단명은 듣지 못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잠을 자기 위해 복용했으나, 약을 먹고 멍하고 붕 뜨는 느낌을 갈구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주가 공개한 최근 6개월 치 처방 내역에는 플루라제팜 15㎎과 알프라졸람 0.5㎎, 졸피뎀 등 7~9개 약물이 포함됐다. 그는 3월 24일부터 9월 16일까지 병원을 11차례 찾았고, 처방약의 복용일수는 231일에 달했다. 기사에 따르면 매일 약을 복용하더라도 두 달 치가 남는 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약물별 1회 처방에 1~3개월의 안전사용 상한 기준을 두고 있다. 우주는 처방 내역을 받으러 보름 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온 김에 더 받아가”라는 말을 들었고, 상담 없이 약을 받았다고 전했다.
약을 찾는 이유는 불면만이 아니었다. 직장인 은하(가명)는 ADHD 치료제 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를 복용한 뒤 입시 성적이 3개월 만에 회복됐다고 말했다. 세무사 시험을 준비할 때는 복용량을 두 배로 늘리기도 했으며, 직장에서도 성과를 위해 약을 챙긴다고 했다.
혜성(가명)은 술·담배와 함께 메틸페니데이트를 사용하고, 약을 빻아 코로 흡입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기사에서 다룬 약물에는 프로포폴, 미다졸람, 케타민, 메틸페니데이트, 졸피뎀과 식욕억제제 성분인 펜터민·펜디메트라진 등이 있다. 과다 투약한 프로포폴은 호흡곤란과 혈압 저하를 일으킬 수 있고, 메틸페니데이트 오남용은 불면·식욕 감소·혈압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졸피뎀은 과다 복용 시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채 음식을 먹거나 운전하는 복합수면행동의 위험이 있다. 국민일보는 4회에 걸쳐 처방 마약류의 오남용 실태와 원인, 관리체계의 빈틈, 회복을 위한 대안을 다루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