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가 부모 병원비를 대신 냈다고 해서 그 돈이 자동으로 부모의 빚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세 계산에서 채무로 공제할 수 있는지는 결제자가 누구인지보다 부모에게 실제로 갚을 의무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채무가 사망 당시 남아 있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가령 자녀가 병원비 3000만 원을 먼저 내고 부모가 나중에 갚기로 했다면, 실제 채무라는 점을 입증해 상속재산에서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부양을 위해 부담했고 애초에 돌려받을 생각이 없었다면 부모의 채무로 보기 어렵습니다.
가족 사이에 차용증을 쓰지 않았더라도 공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병원 영수증만으로는 자녀가 비용을 냈다는 사실만 확인될 뿐 상환 약속까지 증명되지는 않습니다.
병원 영수증과 카드명세서, 계좌이체 내역, 문자·카카오톡 대화, 부모가 일부 갚은 기록 등이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과세당국은 돈을 대신 내게 된 경위와 부모의 경제적 상황, 실제 상환 여부 등을 함께 살핍니다.
지급 당시의 합의와 금액·날짜를 기록해두는 것이 좋으며, 이미 부양 목적으로 쓴 돈을 나중에 대여금으로 바꾸려 하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부모가 사망할 때 병원비를 아직 내지 못한 경우는 다릅니다. 진료비 내역서나 미납금 확인서 등으로 확인되는 미납 치료비는 원칙적으로 부모가 부담하던 채무로 공제할 수 있습니다. 한편 자녀가 치료비를 지원하면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비용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는 상속세 채무공제와 별개입니다.
돌려받지 않기로 한 돈은 부모의 채무가 아니므로 상속재산에서 공제되지 않습니다.
채무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장기간 간병하고 상당한 치료비를 부담하는 등 일반적인 부양의무를 넘어 특별히 기여한 자녀는 민법 제1008조의2에 따른 기여분을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병원비를 많이 냈다는 이유만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부양 기간과 비용, 다른 상속인의 기여 등을 함께 따집니다.
기여분은 상속인끼리 재산을 나누는 데 반영되는 제도로, 그만큼 상속세 과세가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