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주 측정 전 입을 헹굴 물을 주지 않은 경우, 그 측정 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음주를 마친 뒤 20분 이상 지났더라도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씨는 2023년 12월 세종시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해 화물차를 운전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시동이 켜진 차량 운전석에서 사람이 잠들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0.081%였습니다. A씨에게는 2019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이 확정된 전력이 있어 재범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경찰은 측정 전에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하지 않았고, A씨가 석방될 때까지 1시간여 동안 물을 주거나 재측정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A씨는 이 때문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실제보다 높게 측정됐다며 결과를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은 입 헹굼 물 제공이 경찰 내부 지침에 따른 절차이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측정이 위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또 음주를 마친 뒤 20분 이상 지나 측정했으므로 입을 헹굴 조치가 필요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2심도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A씨가 갑자기 일어나 측정기에 숨을 불어 물을 제공하지 못한 책임이 A씨에게 있고, 측정 결과도 대체로 정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측정이 이뤄지기 전인 2023년 7월 입 헹굼 절차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명시돼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됐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측정 결과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예외적으로 증거로 인정할 사정도 없다고 봤습니다.
음주 종료 후 20분이 지나면 구강 내 잔류 알코올의 영향이 사라진다는 연구는 트림이나 딸꾹질의 영향을 배제한 실험을 전제로 합니다. 대법원은 실제 단속 현장에서는 잔류 알코올 때문에 혈중알코올농도가 높게 측정될 위험이 사라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