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시장에 참여할 수 있을지를 두고, 운용 규모보다 먼저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책임 구조를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주식 비중 조정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거세진 가운데, 기금 운용 판단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내리고 책임질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10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확대에 정치적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장기투자 기관을 단기 주가로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야권이 주장한 182조원대 손실도 일부 상장사 보유주식의 평가액 감소를 기금 전체의 운용손실로 해석한 것이라고 맞섰다.
논란의 배경은 올해 자산배분 기준 변경이다. 국민연금은 1월, 국내주식 비중이 정해진 범위를 벗어날 때 조정하는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유예했다. 5월에는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높이고 허용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하루 최대 리밸런싱 규모를 줄였다.
2월 말 실제 비중은 24.5%로 당시 허용 상한 19.9%를 웃돌았다. 기존 기준이었다면 주식을 팔아 비중을 낮춰야 했지만, 변경된 기준은 대규모 매도 부담을 덜었다. 이후 증시가 하락하자 미리 팔았다면 손실을 줄였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장에서는 이런 책임 공방이 운용자의 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팔면 시장 충격을, 보유하면 주가 하락 손실을 비판받는 상황에서는 가입자의 장기 이익보다 정치적 비난을 피하는 선택이 앞설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기금운용위원회가 주요 기준을 의결하고 기금운용본부가 집행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자산배분안과 운용계획도 위원회에 올라간다. 이 구조에서 실질적 독립성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국민연금의 대규모 운용 경험을 퇴직연금에 활용하자는 구상은 가입자 이익을 우선하는 독립된 결정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과 맞물린다. 두 기금의 법적 책임·회계·자산 보관을 분리하고 운용 결과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2026년 말 한시적으로 넓힌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를 재점검하고, 2027년 상반기에는 2028∼2032년 중기자산배분안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