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 있는 세포의 바닥 가까운 소기관과 표면의 작은 돌기를 한 화면에서 동시에 관찰하는 현미경 기술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박정훈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은 화면의 구역마다 빛이 닿는 깊이를 다르게 하는 ‘가변형 전반사 형광현미경(Tunable TIRF)’을 개발했다고 10월 2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9월 22일 국제학술지 ‘레이저 앤 포토닉스 리뷰’에 게재됐다.
형광현미경은 세포 속 표적에 형광 표지자를 붙인 뒤 빛을 비춰, 표지자가 내는 신호로 구조와 움직임을 관찰한다. 살아 있는 세포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지만, 투명한 세포에서는 여러 깊이에서 나온 빛이 카메라에 함께 들어와 관찰을 방해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기존에는 특정 깊이의 얇은 층 하나만 골라 촬영하는 방식이 주로 쓰였다. 한 번에 한 깊이만 볼 수 있다는 한계를 이번 기술은 조명 설계로 바꿨다.
연구팀은 조명 앞에 디지털 미세거울 소자(DMD)와 공간 필터를 추가했다. DMD에는 작은 거울이 바둑판처럼 배열돼 있다. 거울 각도를 조절하면 렌즈 쪽에서 보았을 때 소자 표면에 밝고 어두운 줄무늬가 생긴다.
줄무늬 간격이 좁을 때는 빛이 더 큰 각도로 들어가 세포 바닥 부근을 얕게 비추고, 간격이 넓으면 더 깊은 곳까지 닿는다. 공간 필터는 미세거울 소자에서 반사된 빛 가운데 필요한 방향의 빛만 통과시킨다. 이 방식으로 화면 구역별로 서로 다른 깊이를 비출 수 있다.
실제 관찰에서는 사람 탯줄 정맥 유래 혈관 내피세포의 가장자리에 세포 전체 높이를 비추고, 중심부에는 바닥 부근만 비추는 조명을 적용했다. 그 결과 세포막의 일렁임과 바닥 가까운 소포의 이동을 한 영상에 담았다. 자궁경부암 세포에서는 표면 돌기의 흔들림과 세포막 근처 소포의 움직임을 초당 20장으로 동시에 촬영했다.
연구팀 설명에 따르면 한 화면에서 137~558나노미터 두께의 얇은 층과 세포 전체 높이를 비추는 조명을 함께 쓸 수 있다. 서로 다른 깊이를 번갈아 촬영하는 기존 방식과 비교하면 두 깊이 관찰은 2배, 세 깊이 관찰은 3배 빠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상처 회복과 혈관 재생, 암 전이 과정의 세포 이동, 세포막 수송, 세균 감염처럼 여러 깊이에서 함께 일어나는 현상을 살피고 관련 치료제를 연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