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1만보를 채우지 못하면 운동 효과가 없을까?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다. 특히 중장년 이후에는 걸음 수만 늘리기보다 걷는 강도와 앉아 있는 시간도 함께 살펴야 한다. 다만 소개된 연구가 연령대별로 딱 맞는 걸음 수를 정해준 것은 아니다. 확인되는 핵심은 1만보가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한 기준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제학술지 ‘랜싯 공중보건’에 실린 대규모 분석은 35개 추적 관찰 집단의 57개 연구를 검토하고, 그중 31개를 종합했다. 하루 약 2000보를 걷는 사람과 비교하면 7000보를 걷는 사람은 전체 사망 위험이 47%,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5%, 치매 위험이 38% 낮게 관찰됐다.
걸음 수가 늘수록 이점은 커졌지만, 전체 사망·심혈관질환·치매·낙상 위험의 감소 폭은 대체로 하루 5000~7000보 부근부터 완만해졌다. 관찰 연구 결과인 만큼 걸음 수만으로 건강 결과의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다.
노년층 여성 연구도 만보가 필수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2019년 미국의학협회 내과학회지에 발표된 연구는 평균 72세 여성 1만6741명을 평균 4.3년 추적했다.
하루 약 4400보를 걷는 여성은 약 2700보를 걷는 여성보다 사망 위험이 낮았고, 걸음 수가 늘면서 위험은 감소하다 약 7500보 이후 감소 폭이 완만해졌다.
그렇다면 만보 목표는 어떻게 널리 퍼졌을까. 출발점은 1960년대 일본이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전후해 운동 부족에 관심이 커지자, 제조사 야마사는 1965년 ‘만포케이’, 즉 ‘1만보 측정기’라는 이름의 보행 측정기를 내놨다. 운동·보건 연구자 하타노 요시히로도 걸음 수를 늘리자는 목표를 알리는 데 영향을 줬다.
1만보는 모든 사람에게 최적이라는 과학적 합의보다 걷기를 독려하는 실천 목표에 가까웠다.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가 만보계를 대신한 지금도, 숫자를 채우는 일 자체보다 자신이 움직이는 양과 생활 습관을 함께 보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