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그려진 하늘은 1889년 7월 22일 새벽 프랑스 생레미의 실제 하늘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희대 우주과학과와 우주과학기업 에스엘랩 공동연구팀은 그림 속 천체 배치를 분석해 이 날짜를 제시했고, 연구 결과는 10월 2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
그림의 천문학적 해석은 새롭지 않지만, 기존 연구는 결론이 엇갈렸다. 1984년 앨버트 보임 UCLA 미술사학과 교수와 1986년 찰스 휘트니 하버드대 천문학과 교수가 각각 분석을 내놓았으나, 서로 다른 결과 때문에 작품을 실제 관측의 기록보다 상징적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이어졌다.
이번 연구의 출발점은 그림 속 별들이 양자리가 아니라 황소자리의 히아데스 성단일 수 있다는 관측천문학적 판단이었다.
연구팀은 도형의 형태를 비교하는 ‘프로크루스테스 형태 분석’을 적용했다. 그림 중앙의 별 다섯 개가 놓인 모양을 히아데스 성단과 대조했으며, 고흐가 유화를 완성한 뒤 만든 펜화에서는 두 형태의 일치도가 더 높았다.
연구팀은 2019년 프랑스 현장 답사를 두 차례 진행해 자료를 모으고, 당시 천체 위치 데이터와 함께 검토했다.
제작 시기를 기존에 추정할 때는 고흐가 1889년 6월 18일 무렵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가 근거로 쓰였다. 그러나 연구팀은 편지 시점의 달이 보름을 지나 이지러지는 모양이어서 그림의 가느다란 초승달과 다르다고 봤다. 이들이 제시한 날짜에는 히아데스 성단과 금성이 동쪽 하늘에 떠 있었고, 달도 그림 속 모양에 가까웠다.
연구팀은 생레미에서 그림의 지상 풍경을 그렸을 장소도 찾아 당시 바라봤을 풍경을 재구성했다.
같은 분석 방법으로 고흐의 다른 작품 ‘밤의 카페 테라스’도 살펴본 결과, 그림 속 별들이 여름철 대삼각형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팀은 이 접근법으로 고흐가 그린 다른 밤하늘도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