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1만보를 채우지 못하면 건강 효과도 부족할까. 연구에서는 1만보보다 적게 걸어도 건강상 이점이 관찰됐다. 중장년 이후에는 걸음 수뿐 아니라 걷는 강도와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일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5년 7월 국제학술지 ‘랜싯 공중보건’에는 하루 걸음 수와 건강의 관계를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이 실렸다. 호주 시드니대 딩딩 교수 등이 이끈 연구진은 35개 추적 관찰 집단의 57개 연구를 검토하고, 그중 31개 연구 결과를 종합했다.
하루 약 2000보를 걷는 사람과 비교해 7000보를 걷는 사람은 전체 사망 위험이 47%,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5%, 치매 위험이 38% 낮게 관찰됐다. 추적 관찰 연구이므로 이 수치만으로 걸음 수가 위험 감소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분석에서 전체 사망과 심혈관질환 발생, 치매, 낙상 등의 위험은 걸음 수가 늘수록 대체로 낮아졌지만, 하루 5000~7000보 부근부터 감소 폭이 완만해졌다. 평균 72세 여성 1만6741명을 평균 4.3년 추적한 2019년 연구에서도 하루 약 4400보를 걷는 여성은 약 2700보를 걷는 여성보다 사망 위험이 낮았다.
걸음 수가 늘면서 위험이 감소하다가 약 7500보 이후 감소 폭이 완만해졌다. 이 연구는 미국 하버드의대와 브리검여성병원 연구진이 진행했다.
1만보 목표는 모든 사람에게 최적인 건강 기준이라는 과학적 합의보다 걷기를 독려하는 실천 목표에서 비롯됐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전후해 일본에서 운동 부족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만보계 제조사 야마사는 1965년 ‘만포케이’를 출시했다. 이름은 ‘1만보 측정기’라는 뜻이다.
일본의 운동·보건 연구자 하타노 요시히로도 걸음 수를 늘려 신체 활동을 높이자는 목표를 알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도 허리춤에 만보계를 차고 걸음 수를 확인하던 사람들이 있었고, 오늘날에는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가 그 역할을 잇는다. 1만보 목표 역시 여전히 널리 통용된다.
따라서 1만보 달성 여부만 좇기보다 자신의 걸음 수와 움직이는 강도, 앉아 있는 시간을 함께 살펴보는 편이 실천적인 기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