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마귀 두 마리는 화면 속 점들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평균 235밀리초, 즉 0.235초 만에 구별했다. 독일 튀빙겐대학교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결과다. 인간의 수행 시간으로 제시된 약 3분의 1초보다 짧지만, 이번 실험에서 사람이나 원숭이가 같은 과제를 직접 수행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까마귀 두 마리를 훈련해 검은 화면에 나타나는 흰 점들이 왼쪽과 오른쪽 중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선택하게 했다. 방향을 알려주는 점이 많을수록 정확도는 높아져, 움직임이 뚜렷할 때는 거의 100%에 달했다.
반대로 전체 점의 3%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어려운 조건에서도 두 새는 무작위로 고르는 것보다 나은 성과를 보였지만, 정답률은 약 50% 수준이었다.
속도의 단서는 뇌 기록에서 관찰됐다. 연구진이 조류 뇌의 ‘니도팔리움 카우돌라테랄레’에서 뉴런 활동을 측정하자, 시각 자극이 제시된 지 70밀리초 만에 서로 다른 움직임 방향에 대응하는 신호가 구분되기 시작했다. 이후 뉴런 활동이 증가해 일정한 임계값에 이르면 까마귀가 방향을 선택했다.
신경 신호는 시각 정보의 강도뿐 아니라 까마귀가 고른 방향도 반영했다. 이는 인간과 영장류의 의사결정 모델과 유사한 과정이지만, 빠른 판단을 가능하게 한 구체적 원인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서 인간과 원숭이가 비슷한 시각 과제를 수행하는 데 약 2배의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번 실험에서 직접 비교한 결과가 아니다. 안드레아스 니더 교수는 비행 중 방향을 바꾸거나 먹이를 포착하는 새의 생활 방식이 빠른 시각 처리와 관련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새와 포유류가 3억 1000만 년 이상 서로 다른 진화 경로를 거쳤다는 점도 주목된다. 다른 뇌 구조에서 유사한 인지 과정이 독립적으로 발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다만 실험에 참여한 까마귀는 두 마리뿐이며, 속도 차이를 낳는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히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