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성비를 맞으면 탈모가 생긴다는 속설과 달리, 빗물과 탈모의 관련성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의할 대상은 빗물의 산성도보다 빗물에 섞일 수 있는 대기오염물질이다.
산성비는 과거 실제로 관측됐다. 환경부가 2002년 측정한 빗물의 pH는 4.6~6.2였고, 일부 지역에서는 3.8까지 낮아졌다. pH 7은 중성이며 숫자가 낮을수록 산성이 강하다. 다만 기상청은 2026년 4월 우리나라 강수의 산성도가 2007년 이후 약해지는 추세라고 발표했다.
충남 태안 안면도에서 측정한 pH는 2016년 4.90에서 2025년 5.27로, 울릉도는 같은 기간 4.91에서 5.24로 높아졌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일반적인 빗물의 pH를 5.6으로 보고 산성비의 기준을 4.2~4.4로 제시한다. 2025년 안면도와 울릉도에서 측정된 수치와 견주면, 산성비 수준의 빗물이 탈모를 일으킨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 건강한 피부 표면의 pH도 4.5~5.5로 약산성이다.
커피의 pH는 4.5~5.5, 탄산음료는 2.5~3.5, 레몬즙은 2.0~2.6으로 제시돼 빗물의 산성도를 가늠하는 비교 사례가 된다. EPA는 2016년 자료에서 산성비를 맞거나 산성비 영향을 받은 호수에서 수영하는 행위가 위험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피부과학회도 일반적인 산성비 노출이 모낭 손상이나 탈모 증가로 이어진다는 임상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빗물에 오염물질이 섞여도 무방하다는 뜻은 아니다. 화석연료 연소 때 나오는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에서 반응해 산성비를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 산성비의 원인물질 상당 부분은 중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로 추정돼 왔다. 이런 물질은 호흡기와 심혈관계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립기상과학원 관계자는 산성비 농도는 약해지는 추세지만 질소산화물 등 에어로졸 농도가 높으면 인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