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를 돌보는 일이 조부모에게는 얼마나 큰 부담일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5월 발표한 조사에서 55~74세 조부모 1063명 가운데 53.3%는 원치 않았지만 자녀의 사정 때문에 돌봄을 거절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주간 평균 돌봄 시간은 26.83시간이었다.
손주를 돌보는 일이 잠깐씩 돕는 수준을 넘어 일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부담은 신체와 마음에 함께 나타났다.
응답자의 73.7%는 육체적 피로가 늘었다고 했고, 60.4%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지병이 악화됐다는 응답은 47.8%, 돌봄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비율은 46.8%였다.
손주를 향한 애정과 별개로 자신의 휴식과 생활을 잃는 어려움이 작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보상 문제도 있지만 갈등의 중심이 돈만은 아니다.
한국리서치 등이 진행한 2022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54%는 별도 보수 없이 손주를 돌봤다.
자녀에게 서운한 이유로는 양육관 충돌(36.1%), 육아를 당연시하는 태도(28.1%), 조부모 의견 무시(26.2%)가 꼽혔고, 금전적 불만은 8.3%였다.
이 결과는 해당 조사 응답자들의 답변으로, 앞선 돌봄 시간 조사와는 별개의 조사다.
경기도의 ‘경기형 가족돌봄수당’은 친인척이 월 40시간 이상 아이를 돌보면 1명 기준 월 30만원을 지원한다.
한편 조부모의 80% 이상은 손주와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답했고, 자녀와의 관계가 개선됐다는 응답도 68%를 넘었다.
애정과 부담이 함께 있는 만큼 가족 안에서 돌봄 요일과 시간, 갑작스러운 부탁의 한계, 양육 방식을 미리 조율하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