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편 지연 보상은 지연 시간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한국은 지연 사유와 관련 기준, 유럽연합(EU)은 최종 목적지 도착 지연과 노선 조건, 미국은 주로 환불 요건을 따진다. 같은 지연이라도 적용 규정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달라진다.
2024년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스페인 마요르카로 가는 라이언에어 항공편이 13시간 늦게 출발했다. 한 승객은 대체 항공편 비용과 보상을 청구했지만 지급받지 못해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자와 법률 비용 등을 포함해 890유로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2026년 3월에도 지급이 이뤄지지 않아 집행관이 항공기에 압류 고지 스티커를 붙였다. 라이언에어는 항공기가 압류됐다는 표현을 부인했고, 이후 미지급금 지급 여부에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항공사업법, 항공사 운송약관과 지연 사유 등을 살펴야 한다. 공정위가 2025년 공개한 상담 사례에 따르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국제선 지연이 일반적으로 2~4시간이면 10%, 4~12시간이면 20%, 12시간을 넘으면 30%를 배상하도록 제시한다.
이는 당사자 간 별도 합의가 없을 때 분쟁 해결을 위한 합의·권고 기준으로 활용되며, 지연만으로 자동 지급되는 보상은 아니다. 기상 악화나 공항 사정, 안전운항을 위한 예측하기 어려운 정비 등을 항공사가 불가항력 사유로 입증하면 배상 책임이 면제될 수 있지만, 정비가 필요했다는 설명만으로 면책이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국내 사례에서도 지연 시간과 결항 사유가 결과를 가른다. 국제선이 약 90분 늦게 출발해 일반적인 국제선 최소 지연 기준에 미치지 않아 보상을 받지 못한 사례가 있다.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결항을 통보받은 승객은 대체 항공편을 제공받아 문제를 해결했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위가 2026년 9월 발표한 자료에서는 2023~2025년 항공서비스 피해구제 신청이 총 7438건이었다. 결항·지연 등 계약 불이행 관련 신청은 2020건(27.2%), 항공권 계약 해제 신청은 4341건(58.4%)이었다. 이는 지연 피해만을 집계한 수치는 아니다.
EU 규정이 적용되는 항공편은 최종 목적지에 예정 시각보다 3시간 이상 늦게 도착하고 항공사가 예외 사유를 입증하지 못하면 거리별 정액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기본액은 1500㎞ 이하 250유로, 1500~3500㎞ 400유로, 그보다 먼 노선 600유로다.
연결편을 놓친 경우도 최종 목적지 도착 지연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EU 회원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은 항공사 국적과 관계없이 적용될 수 있지만, EU 밖에서 출발해 들어오는 항공편은 EU 항공사가 운항하는지 등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특별한 상황이라면 보상 의무가 면제될 수 있다.
미국은 지연 시간만으로 항공사에 일률적인 정액 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취소나 중대한 일정 변경·지연 때 승객이 여행하지 않기로 하면 항공권 환불을 받을 수 있다. 미국 교통부가 제시하는 중대한 지연 기준은 도착 예정 시각보다 국내선은 3시간 이상, 국제선은 6시간 이상 늦어지는 일정 변경 등이다.
변경된 항공편을 이용하면 전액 환불 대상이 아닐 수 있다. 식사·숙박 지원도 항공사별 약속과 관련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지연이 발생하면 항공사에 지연 사유를 서면으로 요청하고 대체편·숙박·교통비 지원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탑승권과 지연 안내 문자, 항공사 답변, 추가 지출 영수증을 보관하고, 보상을 거부당하면 항공사에 먼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해결되지 않을 때는 국토교통부 피해구제 절차나 한국소비자원에 상담·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