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2008년 세계 최초로 로봇특별법을 제정했지만, 현재 인간형 로봇 분야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추격하는 위치에 있다. 법은 기술개발뿐 아니라 가정과 산업 현장에 로봇을 보급하고 산업 기반을 조성하는 일까지 지원하도록 했다. 제도적 기반과 시장의 성장은 어떤 차이를 보였을까?
정책의 출발점에는 외환위기 이후 위축된 투자를 대신할 새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목표로 삼았다. 민간과 기관 전문가 550여 명이 논의에 참여했고, 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 등은 134개 기술·품목을 검토했다.
그 결과 정해진 10대 성장동력에는 지능형 로봇이 포함됐다. 당시 세계 로봇산업의 중심이 산업용에서 가정용·지능형으로 이동하고 있었고, 한국의 반도체·전자·통신·자동차 산업 역량을 결합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정부는 2003년부터 5년 동안 민관 합계 2조7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은 2007년 8월 발의됐지만, 산업자원부가 입법을 주도하자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가 반발했다. 로봇을 기계로 볼지 정보통신 서비스 기기로 볼지, 원천기술 연구개발을 누가 맡을지를 두고 부처 간 이견이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뒤 로봇산업 진흥정책을 지식경제부로 일원화했고, 법안은 2008년 2월 국회를 통과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마련한 밑그림이 이명박 정부에서 법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법 시행 뒤에는 5년마다 지원 정책을 보완하고 품질인증과 보급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로봇투자회사와 로봇랜드, 한국로봇산업진흥원도 설립됐다.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신뢰, 기업 자금, 정책 집행 조직을 함께 갖추려는 구성이었다.
중국이 2016년 ‘로봇 산업 발전 계획’을 내놓고 지원에 나선 것보다 7년 앞선 제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제도 마련이 시장의 빠른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부는 세계 로봇산업이 연평균 18.6% 성장해 2020년 1조4천억 달러 규모가 되고, 국내 시장은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2020년 국내 로봇산업 매출액은 5조4천억 원대였다.
매출액과 시장 규모 전망은 서로 다른 지표여서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당시 기대만큼 시장 성장이 빠르지 않았다는 점은 확인된다. 로봇특별법은 불확실한 산업을 선점하려는 선제적 투자였으며, 지원 체계를 먼저 만든 것과 산업이 기대만큼 성장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