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현대엔지니어링 등 한국 기업 4곳이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사업에서 공사대금 등을 받지 못하고, 맡겨둔 보증금도 몰수될 위험에 놓였다. 미지급액과 보증금을 합하면 1조456억원이다.
기업들은 2023년 12월 공장 설비를 이라크 측에 넘겼지만, 대금 정산과 하자 보수 문제가 풀리지 않았다.
이라크 국영석유회사(SCOP)가 발주한 이 사업은 68억달러 규모로, 하루 14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정유공장을 짓는 공사다. 내전과 코로나 등으로 일정이 지연된 뒤 국내 기업들은 설비를 넘겼다. 이라크 측은 하자와 세금 관련 서류를 이유로 지급을 미루고 있다.
보류된 공사대금은 하자보수 관련 2093억원, 세금 관련 대금 2777억원, 운영·유지관리 대금 1384억원 등 총 6254억원이다.
이라크 측은 지난해 4월 운영·유지관리 대금 가운데 약 335억원을 먼저 지급하기로 합의했지만, 이 돈도 지급하지 않았다. 반면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한국 기업들에 8348억원의 배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계약 이행을 보증하려고 맡긴 4202억원도 몰수될 위험에 있어, 미지급액과 합산한 부담이 1조456억원에 이른다.
정산 협의는 올해 5월 시작됐지만 이라크 석유부 장관 교체와 차관 구속 뒤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라크 측은 9월 한국 기업들의 합의 조건을 거절했다. 기업들이 하자 보수 방안을 마련해도 전체 162건 중 120건은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하자 원인을 규명한 뒤에야 조치 여부를 정할 수 있다.
현장 출입 허가와 필수인력 비자 발급, 가동 중단 일정 확정에도 이라크 측 협조가 필요하다.
이라크 측은 현금 대신 원유로 대금을 받으라는 입장도 내놨다. 국내 건설사들은 2016년 정유 계열사를 통해 원유를 인수·판매해 일부 대금을 회수한 적이 있지만, 원유 보관·판매 시설이 없는 기업에는 쉽지 않은 방식이다.
이라크 신도시 건설·방산 분야 미수금까지 합치면 국내 기업들이 받지 못했거나 잃을 위험에 놓인 금액은 약 1조6000억원이다. 이재강 의원은 10월 27일 외교부 종합국정감사에서 범정부 미수금 지원체계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