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농부들이 떠나고 논밭이 황무지로 변한 땅에서 일부 농부가 다시 씨를 뿌리고 있다. 오바라 히로야스 감독의 영화 <햇볕의 농부들: 후쿠시마와 희망>은 이들의 농사와 자립을 담았다. 농부들이 바라는 것은 언젠가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학교 급식에 다시 공급하는 일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곤도 케이씨는 후쿠시마현 니혼마쓰시에서 유기농업을 하다 사고 뒤 농사를 접었다. 그는 2021년부터 농지 위에서 전기를 만들고 아래에서 작물을 기르는 영농형 태양광과 농사를 함께 시작했다. 아홉 살에 후쿠시마를 떠났던 쓰카다 하루씨와 스가노 유키씨도 곤도씨 농장에 합류했다.
이들은 포도와 밀, 겨자, 콩을 기르고 작물을 먹여 소도 키운다.
농부들은 후쿠시마산 농산물이 무조건 안전하다고 홍보하거나 ‘먹어서 응원하자’고 호소하는 방식과 거리를 둔다. 사고와 토양 오염을 부정하지 않고 방사성 물질 함유량 검사 결과와 수치를 공개한 뒤 출하한다. 소비자가 정보를 확인해 구매 여부를 직접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농업 수입만으로 안정적인 생계를 꾸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력 판매 수익은 농사를 이어갈 경제적 기반이 됐다. 곤도씨는 약 6㏊의 농지에서 4㎿ 규모 발전설비를 운영한다. 감독은 이 수익이 토지 매입과 새 품종 재배 도전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도쿄전력의 전기를 쓰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발전은 지역 전력 생산에도 기여한다. 감독은 영농형 태양광이 젊은 후계자가 줄던 지역의 산업을 일으키고 주민의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 대규모 발전기를 보유한 기업이 우위에 서는 시대를 끝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오바라 감독은 한 관객이 이 작품을 ‘원전 사고에서 탄생한 청춘 영화’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그는 피해의 참혹함을 넘어 고난을 겪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시에 희망을 다룬 영화가 사고를 별것 아닌 일로 오해하게 할 위험도 우려했다.
관객이 농부들의 삶을 통해 사고의 원인과 이를 낳은 사회구조를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감독은 한국과 일본 모두 원자력 발전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생에너지에도 문제가 있지만, 사고가 나면 사람이 현장에 접근할 수 없게 되는 원전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와 전력회사가 사고 실태를 계속 숨기고 있다는 비판도 내놨다.
그는 도로와 시설을 새로 짓는 일만으로는 후쿠시마가 회복될 수 없으며, 사고로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돌보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