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과거 고점에 가까워지면서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의 부담이 보증금 인상이나 월세 추가로 나타나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에서는 보증금을 2억원 넘게 올린 재계약이, 송파구 잠실동에서는 보증금을 유지하는 대신 월세를 더하는 계약이 나왔다. 같은 집에 계속 살아도 목돈이나 매달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를 통상적인 임대차 계약기간인 2년 단위로 보면, 서울 전셋값은 2022년 10월 17일부터 2024년 10월 21일까지 10.35% 하락했다. 이후 올해 10월 19일까지의 2년 동안에는 13.04% 올랐다.
하락기에는 낮아진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조정할 여지가 있었지만, 상승기에는 기존 보증금과 시세의 차이를 세입자가 메워야 한다.
전세 물량 감소도 부담을 키우는 배경으로 꼽힌다. 신규 입주 감소, 전세의 월세 전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 따른 실거주 의무가 공급을 제약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세 매물이 부족하면 더 저렴한 집으로 옮겨 인상분을 줄이기도 어렵다.
갱신청구권을 쓰면 보증금이나 월세 인상률은 원칙적으로 종전 금액의 5% 이내로 제한된다. 다만 시세와의 격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갱신 뒤 다음 계약 조건을 협의할 때 누적된 차이가 반영될 수 있다. 실제 노원구 중계건영3차 전용 84.9㎡는 지난 8월 보증금이 5억7750만원에서 8억원으로 올라 재계약됐다.
38.5% 인상된 금액이며, 같은 면적 9층의 9월 신규계약은 9억1000만원이었다.
보증금을 더 마련하기 어렵다면 증액분을 월세로 돌리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고정지출을 늘린다. 잠실엘스 전용 84.88㎡는 지난 8월 21일 보증금 11억5000만원을 유지하면서 월세 40만원을 추가했다. 같은 단지 전용 84.97㎡는 보증금 3억원을 그대로 두고 월세를 269만원에서 440만원으로 올려 재계약했다.
당장의 목돈 부담을 피하는 대신 매달 내는 주거비가 커지는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