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의 프리IPO와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할 미국 신규 생산시설의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던 상장 구상은 멈췄지만,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 방안은 계속 검토하기로 했다.
회사는 23일 공시에서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과 주가 흐름을 고려해 상장이 기존 주주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하며 출범시킨 미국 법인이다. AI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기업용 SSD(eSSD) 등을 주력으로 한다. SK하이닉스는 기존 시설만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혀 왔다.
IPO로 외부 자금을 유치하면 신규 시설 투자에 보탬이 되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솔리다임의 성장성을 별도로 평가받아 모회사 기업가치에 반영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상장 가능성이 알려지자 기존 주주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8월 5일에는 5조원 규모 프리IPO 추진 보도가 있었고, SK하이닉스는 당시와 9월 4일 미확정 해명공시를 냈다. 10월 1일 공식 입장문에서는 장기적인 주주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해외 상장도 국내 중복상장 규제 대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0월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모두 규제 대상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0월 22일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가 모회사로서 주주충실의무에 기반한 5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의 가이드라인은 모회사와 자회사의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예외적으로 상장을 허용받으려면 주주 영향평가와 보호 방안 마련, 주주 소통, 이사회 찬반 결의, 공시 등 5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다만 SK하이닉스는 규제를 상장 검토 중단의 직접 사유로 들지 않고 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을 제시했다. 회사는 솔리다임의 성장 가능성이나 투자 필요성이 달라진 것은 아니라며, 자체 자금 활용과 외부 조달을 살펴 투자 시기·규모·재원 조달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