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그려진 하늘이 1889년 7월 22일 프랑스 남부 생레미에서 새벽에 볼 수 있었던 모습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진호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와 천문학 기업 에스엘랩 공동 연구진은 2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특정 날짜에 작품을 그렸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작품은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등을 근거로 1889년 6월 중순 제작된 것으로 추정돼 왔다. 뉴욕 현대미술관도 제작 시기를 그해 6월로 표기한다. 연구진이 이 통설을 다시 살핀 계기는 달의 모양이었다.
6월 중순 새벽에는 달의 절반 넘게 밝았지만, 그림 속 달은 가느다랗다.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7월 22일 무렵 동트기 전 동쪽 하늘에는 가느다란 그믐달과 금성, 황소자리의 히아데스 성단이 가까이 보였다. 그림 중앙의 별 다섯 개가 성단의 별 배열과 비슷하다는 점도 날짜 추정의 근거다.
별의 배치와 달 모양을 함께 보면 기존 제작 시기보다 7월 하늘이 그림과 잘 맞는다. 분석에는 천문 관측뿐 아니라 현장 조사와 기상 기록도 쓰였다. 연구진은 2019년 프랑스를 두 차례 찾아 고흐가 그림을 구상했을 법한 장소와 시야를 살폈고, 풍경 스케치를 바탕으로 작품에 담긴 하늘의 범위도 추정했다.
당시 날씨 기록은 해당 시기 생레미에서 별과 달을 볼 수 있을 만큼 하늘이 맑았다는 판단을 뒷받침했다. 연구진은 고흐의 편지와 매미 소리에 대한 언급, 기상 기록을 함께 검토해 발작이 7월 말에 시작됐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러나 작품 속 마을은 고흐가 머물던 바에서 보이지 않는 풍경이다.
여러 날 본 하늘을 합쳤을 가능성도 있어, 실제 관찰과 상상이 섞인 그림을 하루의 정확한 기록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