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등학교에 다니던 김세영은 아마추어 대회 13번 홀에서 맨홀 뚜껑에 공이 맞아 우승컵을 놓쳤다. 17년 뒤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13승을 올린 선수로 성장해 2026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사상 첫 2연패에 도전한다.
골프는 아버지를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이던 2006년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뒀고, 이듬해 국가대표가 됐다. 키 163㎝의 체구에도 장타를 치는 배경으로 태권도로 단련한 하체가 꼽힌다.

아버지는 두려움 앞에서 위축되지 말라고 딸에게 자주 당부했다. 최종 라운드마다 입는 빨간 바지도 아버지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불같은 성격을 가라앉히는 데 빨간색이 어울린다고 여겼고, 김세영은 빨간 바지를 입으면 마음이 편하고 기운이 난다고 말했다.
빨간 바지가 별명과 함께 알려진 계기는 2015년 하와이 롯데 챔피언십이었다. 신인이던 김세영은 박인비와 맞붙어 18번 홀 칩샷을 성공시키며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 첫 홀에서는 두 번째 샷을 홀에 넣었다. 당시에도 빨간 바지를 입었고, 이 경기를 계기로 ‘빨간 바지의 마법사’라는 별명이 굳어졌다.
2025년 10월 전남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김세영은 첫날부터 선두를 달렸다. 고향 영암과 가까운 대회장에서 최종 라운드 아침 다시 빨간 바지를 입었고, 경기 초반 추격자들이 따라붙자 아버지의 말을 떠올렸다. 그는 5년 만에 우승하며 LPGA 통산 13승째를 기록했다. 2026년 대회에서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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