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상·분장·미술·소품 분야 방송 스태프는 장시간 일하면서도 성희롱과 임금 체불에 노출되고, 피해를 겪어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이 분야 방송·엔터테인먼트 종사자 223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9%인 196명이 여성이었다.
복수 응답 조사에서 성희롱 경험은 26.7%, 성추행 경험은 15.2%였다. 폭언을 겪었다는 응답은 68.1%로 10명 중 7명꼴이었고, 폭행 경험도 14.1%였다. 성희롱 경험자 51명 중 50명, 성추행 경험자 29명 중 28명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넘겼다고 답했으며, 폭행 피해자는 모두 대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촬영장 밖에서 준비하는 노동까지 포함한 추정 평균 근로시간은 주 84.8시간으로, 주 52시간 기준을 30시간 이상 웃돌았다. 전체 응답자 중 38.7%는 월 250만 원 미만을 받았고, 32.5%는 최저임금 월 환산액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았다.
임금 지급 지연은 54.5%, 체불은 37.2%가 경험했으며, 계약서를 쓰지 않고 구두로 계약한 응답자는 27.2%였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프로젝트와 다단계 하도급 구조, 의상 노동 등을 보조적이거나 없어도 되는 일처럼 여기는 인식 때문에 촬영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사 내용에서도 팀장급이 팀원 몫과 업무 수행 비용을 함께 계약하는 하청 구조가 문제 제기를 어렵게 하는 배경으로 제시됐다.
또 실제 촬영 시간만 근로시간으로 잡히는 관행 탓에 촬영 전후 노동은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 한빛센터는 근로계약서 작성 정착과 근로시간 기록 의무화 외에도 개인 손해배상 부담 및 원청의 발주·거래 관행 개선, 노동자 추정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방송업계 노동법령 사각지대를 감독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