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남극 관광 크루즈선에서 집단 감염을 일으켜 3명이 숨진 안데스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침투하는 과정이 규명됐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대·파스퇴르연구소·루이지애나주립대 슈리브포트 보건과학센터 공동연구팀은 감염에 관여하는 바이러스 구조를 분석해 2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현재 승인된 표적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바이러스인 만큼, 이번 발견은 감염 차단 전략을 찾을 단서를 제공한다.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설치류의 배설물에서 나온 미세 입자를 들이마실 때 사람에게 전파되며, 안데스바이러스는 밀접 접촉을 통한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 초기에는 발열과 근육통이 나타날 수 있지만 폐부종과 호흡부전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의 치명률은 약 40%다. 연구팀은 2018년 안데스바이러스가 사람 세포 표면의 수용체 PCDH1에 결합한다는 점을 밝혔지만, 결합 방식은 알지 못했다.
이번에는 인공지능(AI)으로 설계한 지지 구조물을 이용해 시험관 안에서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원래 형태를 유지하도록 하고, 극저온 전자현미경으로 구조를 관찰했다. SARS-CoV-2 스파이크는 단백질 3개가 삼각형을 이루며 그중 하나만 수용체에 붙어도 세포 침투가 가능하다.
반면 안데스바이러스는 단백질 4개가 정사각형을 완성해야 수용체와 결합한다. 길고 가느다란 PCDH1은 스파이크 중앙의 깊은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 붙는다. 항체가 이 결합을 막으려 해도 크기 때문에 주머니 깊숙이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바이러스는 수용체가 닿는 깊은 부위는 보존하고, 항체가 접촉하는 입구 주변을 바꿔 면역 공격을 피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 구조를 바탕으로 주머니 안쪽까지 들어가는 길고 가느다란 인공 항체를 만들면 수용체 결합을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해당 구조는 안데스바이러스뿐 아니라 북미에서 발견되는 신놈브레 바이러스 등 가까운 계통의 한타바이러스 치료 전략에도 활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