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 래디컬 뉴메릭스가 인공지능(AI)으로 설계한 박테리오파지를 중증 세균 감염 환자에게 투여했다고 밝혔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는 자연에 없는 바이러스를 AI로 설계해 실제 환자 치료에 사용한 첫 사례다. 투여받은 환자에게 효과가 나타났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감염시켜 죽이는 바이러스다. 이번 환자는 알려진 모든 항생제와 박테리오파지에 저항성을 보이는 대장균에 감염됐다. 박테리오파지는 종류마다 감염시킬 수 있는 세균이 제한적이어서, 기존에는 후보를 여럿 확보한 뒤 환자의 감염균을 죽일 수 있는지 하나씩 검사해야 했다.
이 과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감염균에 맞는 파지를 직접 설계하려는 것이 연구진의 접근이다.
연구진은 환자의 감염균 정보를 AI 모델 ‘옴니’에 제공하고, 대장균을 감염시키는 박테리오파지 T7의 유전자를 바꾸도록 했다. T7은 다리처럼 생긴 돌기 6개로 세균 표면에 붙어 DNA를 주입한다.
옴니가 설계한 유전체를 실제 DNA로 합성해 세균에 넣자 새로운 박테리오파지가 만들어졌고, 실험실에서는 목표 세균을 감염시켜 죽이는 데 성공했다. 새 파지는 안전성 검사를 거쳐 의료진에게 전달됐으며, 회사는 FDA 허가를 받아 환자에게 투여했다고 밝혔다.
래디컬 뉴메릭스는 유전체 설계 AI ‘이보 2’ 개발에 참여한 연구자 3명이 세운 회사다. 이보 1·2는 지난해 개발됐고, 연구진은 올해 8월 이 모델들로 박테리오파지를 설계·구현한 결과를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약 70만 개의 바이러스 유전체 설계안 가운데 285개를 DNA로 합성해 대장균에 넣었을 때 실제 바이러스를 만든 것은 16개였다. 회사가 올해 6월 공개한 옴니는 DNA 서열 외에 단백질 구조와 유전자 발현 조절에 관여하는 분자 정보도 학습한다.
환자의 상태와 치료 의료진 등 구체적인 임상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치료 관련 기술 보고서는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됐으며 동료평가를 거치거나 학술지에 게재되지 않았다. 실험실에서 세균을 죽였다는 결과만으로 환자에게서의 효과와 안전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테리오파지 치료에는 수일에서 수주가 걸릴 수 있고, 감염 재발 여부를 확인하려면 환자를 수개월간 관찰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확인된 것은 AI 설계 파지가 환자에게 투여됐다는 사실이며, 치료 성과는 추후 검증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