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환경에서 일부 생물의 수명이 길어지는 현상은 알려져 있었지만, 그 과정은 분명하지 않았다.
독일 쾰른대 연구진은 근육에서 만들어지는 대사물질이 다른 조직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해 2026년 10월 2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수명이 짧아 노화 연구에 널리 쓰이는 예쁜꼬마선충에서는 이 물질의 생성을 늘리자 사육 온도를 낮추지 않아도 수명이 연장됐다.
연구진은 선충을 일반 사육 온도인 20도와 낮은 온도인 15도, 높은 온도인 25도에서 키우며 체내 대사물질을 비교했다.
낮은 온도에서 양이 늘어난 물질은 45종이었고, 그중 주목한 것이 디하이드로바이오프테린(BH2)이었다.
추위에 반응한 근육에서는 BH2 합성에 관여하는 CAT-4 효소가 늘었고, 이에 따라 BH2 양도 증가했다.
BH2는 장과 신경세포 등 다른 조직으로 이동해 BH4로 바뀌고, 아미노산 티로신의 합성을 촉진했다.
이 과정은 세포에 비정상 단백질이 쌓이는 것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에서 CAT-4 생성을 막으면 낮은 온도에서 나타나던 선충의 수명 연장 효과가 줄었다.
반대로 CAT-4를 더 많이 만들게 하자 15도뿐 아니라 20도와 25도에서도 수명이 늘었다.
이는 추위가 단순히 신진대사를 늦추는 데 그치지 않고, 근육에서 시작된 대사 신호로 다른 조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 세포에서도 관련 단서를 확인했다. 배양 세포에 BH2를 공급하자 헌팅턴병과 루게릭병 관련 비정상 단백질의 응집이 감소했다.
루게릭병 관련 유전자 변이가 있는 사람의 줄기세포로 만든 운동신경세포에서도 세포 사멸이 줄었다.
다만 실제 수명 연장 효과가 확인된 대상은 선충이다.
사람 세포 실험은 단백질 응집과 세포 손상에 관한 결과이며, 항노화 치료로 이어지려면 포유류에서도 같은 경로가 작동하는지와 장기간 활성화할 때 부작용이 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