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하나의 전구세포에서 만들어진다는 오랜 설명과 달리, 전뇌·중뇌와 후뇌가 서로 다른 전구세포 계통에서 출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탠퍼드대 카일 로 교수팀은 생쥐 배아를 추적해 두 계통이 발생 초기부터 나뉘는 모습을 확인했다.
전뇌·중뇌·후뇌는 완성된 뇌의 구획이 아니라 발생 초기에 관 모양 뇌에 생기는 세 마디의 이름이다.
전뇌는 대뇌·해마·시상과 망막으로, 중뇌는 뇌의 가운데 부분으로, 후뇌는 소뇌·뇌교·연수로 자란다.
눈을 ‘밖으로 나온 뇌’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은 망막이 전뇌에서 발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후뇌는 뇌 아래쪽에 있지만 네발동물에서는 이름처럼 뒤쪽에 놓인다.
1952년 네덜란드 발생학자 피터 니우코프는 외배엽에서 나온 한 종류의 뇌 전구세포가 뇌 전체를 만든다고 설명했고, 이 견해가 정설로 통했다.
새 의문은 만능줄기세포 실험에서 비롯됐다. 기존 방법으로는 전뇌·중뇌 세포는 얻을 수 있었지만 후뇌 세포는 만들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생쥐 배아에서 전뇌·중뇌와 관련된 Otx2 유전자는 파란색, 후뇌의 Gbx2 유전자는 빨간색으로 표시해 발생 초기 세포의 행방을 살폈다.
배아 발생 8일째 두 색이 따로 나타났고, 연구팀은 이를 앞쪽·뒤쪽 신경외배엽이라는 별도 계통으로 구분했다.
연구팀은 이어 인간 만능줄기세포에서 후뇌 전구세포를 만드는 조건을 찾아냈고, 이를 후뇌 운동뉴런으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에 실렸다.
기존 방식으로 얻기 어려웠던 후뇌 세포를 실험실에서 만드는 조건을 제시해, 발생 기원에 대한 설명을 세포 실험으로 연결했다.
후뇌는 대뇌피질처럼 생각과 언어를 담당하는 부위에 비해 관심을 덜 받았지만, 호흡·섭식·수면 같은 생명 유지 기능을 맡는다.
후뇌 운동뉴런은 얼굴과 목 근육에 연결돼 있어 손상되면 씹거나 삼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 폐렴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루게릭병이나 척수근위축증이 진행하면서 겪는 증상과도 관련된다.
AI가 사람처럼 말하고 추론하는 능력은 주로 대뇌피질 기능 일부를 흉내 낸다.
반면 숨 쉬고 먹는 기능을 지탱하는 후뇌의 세포와 작동 원리는 이제야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단계다.
이번 연구는 생각하는 능력뿐 아니라 생명 유지 기능을 이해하는 데도 후뇌의 발생과 세포 계통을 살펴야 함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