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연구팀이 유효질량이 무한대인 전자를 품은 2차원 물질 ‘카고민’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상온 양자컴퓨터를 만든 성과는 아니지만, 높은 온도에서도 양자 상태를 유지할 후보 물질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 결과는 2026년 10월 1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에 게재됐다.
카고민은 정삼각형과 정육각형이 맞물린 ‘카고메’ 격자 구조를 가진 물질이다. 탄소 원자가 벌집 모양으로 이어진 그래핀과 마찬가지로 2차원 구조지만, 연구팀은 카고민 안에서 전자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 특성을 확인했다. 여기서 유효질량은 전자가 결정 속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겉보기 질량이다.
무한대에 가까운 유효질량은 전자가 사실상 정지한 것처럼 행동한다는 뜻이다.
카고민에 이런 전자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1980년부터 나왔지만, 실제 물질로 구현된 적은 없었다. 서울대 강민구 교수팀은 알칼리 금속·전이금속·칼코겐 원소를 이용해 카고민을 만들고, 미국과 영국의 방사광 가속기 시설에서 전자 구조를 분석해 해당 전자를 직접 관찰했다.
연구의 관심은 카고민에서 나타날 수 있는 ‘애니온’에도 쏠린다. 애니온은 위상 양자컴퓨터의 유망한 구성 요소로 꼽히며, 무한대 질량 전자의 밀도가 높을수록 높은 온도에서도 양자 상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카고민의 해당 전자 밀도는 기존에 2차원 물질을 비틀어 겹쳐 만든 물질보다 220배 이상 높았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2.5켈빈(−270.65℃) 이하에서만 구현된 애니온을 280켈빈(6.85℃)에서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연구진의 전망이지, 280켈빈에서 애니온이나 양자컴퓨터를 이미 구현했다는 뜻은 아니다. 강 교수팀은 카고민 기반 양자소자와 상온 양자현상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