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환의 첫 시집 『성벽』은 1937년 8월 10일 풍림사에서 간행됐다.
초판은 1부와 2부에 시 16편을 담았으며, 시집 제목과 같은 「성벽」은 실리지 않았다.
표제시는 1947년 아문각에서 나온 재판에 처음 수록됐다.
초판 1부에는 「월향구천곡」, 「여수」, 「해항도」, 「전설」 등 14편이, 2부에는 「성씨보」와 「해수」 두 편이 실렸다.
재판은 「성벽」, 「어포」, 「온천지」 등 6편을 보태 모두 22편으로 발행됐다.
초판의 구성을 살펴볼 때 제목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려운 차이가 있다.
오늘날 시집의 표제와 같은 시가 초판에는 없고, 재판에서야 작품으로 들어간 것이다.
시와 함께 판화도 수록됐다.
1부와 2부가 시작되는 곳에는 각각 「꽃」과 「해변」 판화가 배치됐으며, 2부에는 「밤」 판화도 컬러로 실렸다.
판화는 화가 이병현과 김정환의 작품으로, 오장환이 시집에 삽입해 편집했다.
판화의 배치와 색채는 시집을 시의 묶음에 그치지 않고 이미지까지 포함한 구성으로 만들었다.
수록작에는 봉건적 전통과 관습에 대한 비판, 식민지 근대 문명의 퇴폐와 타락, 그 현실을 바라보는 청년의 비애와 무력감이 함께 드러난다.
「성씨보」는 가계와 전통에 대한 불신과 비판 의식을 담는다.
「화원」과 「고전」에는 전당포와 술집이 있는 도시 뒷골목의 음울한 풍경이 나타나고, 「해항도」와 「해수」, 「매음부」는 유흥과 윤락의 공간인 항구와 그곳을 탐닉하는 인물을 그린다.
이 방탕한 모습 이면에는 시인의 암울한 내면이 놓여 있다.
「황혼」과 「여수」 등은 무력감과 분노, 슬픔과 절망을 통해 식민지 청년의 비애를 표현한다.
전통에 대한 성찰과 식민지 근대의 어두운 현실을 함께 담았다는 점에서 『성벽』은 1930년대 문학의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시집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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