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LG를 꺾고 2026년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한 10월 20일 밤, 양현종은 잠실야구장 마운드의 흙을 빈 생수통에 담았다. KBO 그라운드 행사가 끝난 뒤 선수단이 귀가를 준비하던 때였다. 올 시즌을 끝으로 철거될 잠실에서 프로야구 가을 경기가 마무리되자, 그는 20년의 인연을 간직하려 마운드에 다시 올랐다.
양현종은 2007년 신인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KIA에 지명됐고, 그해 4월 7일 잠실에서 LG를 상대로 데뷔했다. KIA가 9-1로 앞선 9회에 구원 등판한 19세 신인은 마해영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해 1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그 첫 이닝 이후 잠실은 광주를 제외하고 양현종이 가장 많이 등판한 구장이 됐다. 그는 정규시즌 잠실 마운드에 63차례 올랐고, 그중 52경기는 선발 등판이었다. 통산 198승 가운데 19승도 이곳에서 거뒀다.

잠실은 양현종이 프로 무대에서 거둔 유일한 세이브의 장소이기도 하다. 201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 7-6으로 앞선 9회말에 그는 6차전 선발 등판 예정에서 마무리 투수로 투입됐다. 볼넷 두 개와 내야 실책으로 1사 만루에 몰렸지만, 타자 두 명을 연속 내야플라이로 잡아 KIA의 우승을 확정했다. 이 세이브로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에 올랐고, 그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MVP를 모두 차지한 첫 선수가 됐다.
양현종은 경기 전 몸을 풀며 잠실에서의 첫 등판과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첫 세이브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4차전 선발 등판을 준비했지만 KIA가 3차전까지 승리해 경기가 열리지 않으면서 잠실 마지막 등판도 이뤄지지 않았다. LG와 두산은 다음 시즌부터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2003년생 김도영은 양현종이 흙을 담는 모습을 지켜봤다. 2017년 우승 당시 선수로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김도영에게도 잠실은 추억이 쌓인 곳이다. 시즌 중반까지 잠실 경기를 고교 전국대회처럼 느끼며 어려워했던 그는 이번 가을 이곳에서 인상적인 홈런을 연달아 쳤다. 작별의 방식은 서로 달랐다. 일부 구단 관계자는 그라운드 중앙을 향해 절했고, 일부 LG 팬은 야구장 밖에서 야구장을 향해 엎드려 절했다. 퇴장 전 그라운드를 한 번 더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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