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항구에서 선적된 연료가 러시아로 향했는지를 두고 한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로 양국이 충돌한 데 이어 불거진 쟁점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0월 6일 유조선 7척이 7~8월 한국 항구에서 경유를 중심으로 연료 17만6000t 이상을 싣고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14차례 운항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3척은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이었고, 한 척은 화물 출처를 가릴 수 있는 해상 환적 방식으로 연료를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도만으로 연료의 생산지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의 통계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러시아로 수출된 경유·휘발유·항공유가 없고, 생산지와 관계없이 정식 통관을 거쳐 러시아로 반출된 석유제품도 없다는 입장이다. 가디언은 항만 기록과 선박 추적 자료를 근거로 들었고, 통관 통계는 정식 신고를 거쳐 통관된 물량을 집계한다.
집계 범위가 다른 만큼 두 자료의 차이만으로 실제 연료의 판매자나 최종 도착지를 확정할 수는 없다.
해양수산부 항만 기록에는 지난 7월 석유제품을 실은 유조선이 러시아 항구를 목적지로 신고하고 울산항을 떠난 사례가 최소 3건 나온다. 입항 때 러시아를 다음 기항지로 적고 출항 때는 다른 나라를 신고해 최종 목적지가 불분명한 선박도 있었다. 확인된 선박들은 정유사 이름이 붙은 부두가 아니라 인근 터미널에 접안했다.
항만 기록만으로는 연료를 판 곳이 한국 기업인지, 실제로 러시아에 도착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국내 언론은 외교부 관계자가 보도된 선박의 실제 항로와 신고 목적지가 달랐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법령 위반이 확인되면 법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방침도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거래가 여러 단계로 나뉘면 최종 목적지를 추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유사가 러시아 업체와 직접 계약하지 않고 트레이더에게 연료를 판매하면, 중개업자가 서류를 조작하거나 석유가 아닌 다른 품목으로 신고해 통관 통계에 포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개업체가 한국 기업이 아닐 수도 있다.
국민대 이상준 교수는 국제 트레이더가 저장 터미널의 화물을 제3국이나 해상 환적을 거쳐 옮기는 과정에서 정유사가 최종 목적지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원유를 전량 수입하지만 하루 약 340만 배럴의 정제 능력으로 세계 5위이며, 약 70개국에 석유제품을 수출한다.
울산과 여수의 대형 저장·혼합 시설, 환적 연료를 국내에서 혼합해 재수출할 수 있도록 올해 바뀐 규정도 여러 단계로 나뉜 거래의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