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이 정부 방침에 따라 국내주식을 팔지 못해 240조원을 잃었다는 주장은 사실로 확인되지 않는다. 2026년 10월 코스피 급락을 계기로 리밸런싱 유예가 ‘주식 매도 금지’로 와전됐지만, 유예 기간에도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은 주식을 순매도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2026년 1월 국내주식 비중이 허용범위를 넘을 때 주식을 팔아 비중을 낮추는 의무 조정을 6월 말까지 미뤘다. 반도체주 강세로 2월 말 국내주식 비중은 24.5%까지 올라 당시 목표치 14.9%와 허용 상단 19.9%를 웃돌았다.
5월 목표 비중을 20.8%로 높인 것은 이미 커진 비중을 운용 기준에 반영한 조치였으며, 추가 매수 지시는 아니었다. 7월에는 조정된 규칙에 따라 리밸런싱이 재개됐다.
한국거래소 집계에서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등’은 5월 2조1617억원, 6월 2조3370억원을 순매도했다. 두 달간 약 4조5000억원 규모다. 이는 7월 리밸런싱 유예 종료 때 발생할 수 있는 국내주식 매도의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선제 조치로 풀이된다.
매도 대금은 자산배분 원칙에 따라 다른 자산에 투자되므로, 주식을 더 일찍 팔았으면 전체 수익률이 높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2026년 1~7월 국내주식 수익률은 60.11%였지만 국내채권은 금리 상승으로 -3.36%였다.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액 감소는 컸다. 7월 말 기금 적립금은 1684조2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81조4000억원 줄었고, 국내주식 평가액은 124조6000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181조4000억원은 7월 한 달간 전체 적립금의 감소액이지 240조원 손실을 입증하는 수치가 아니다.
별도로 보도된 182조원도 국민연금 전체가 아니라,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 287곳의 주식 평가액이 6월 말 515조9000억원에서 10월 15일 333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는 추산이다.
국민연금이 공개한 전체 기금의 2026년 7월 말 누적 수익률은 14.84%, 운용수익금은 219조1000억원이다. 최근 증시 급락을 반영한 전체 운용손익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연금 소진이 10년 앞당겨졌다는 주장도 전망 시점을 섞었다.
2055년은 2025년 연금개혁 전 전망이며, 국회예산정책처가 개혁과 2025년까지의 운용성과를 반영해 2026년 6월 제시한 소진 시점은 2069년이다. 단기 손실만으로 2045~2047년 소진을 산출할 수 없으며, 개정 국민연금법에는 국가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연금급여 지급 보장 책임도 명문화됐다.
운용 결정에 대한 불신을 키운 요인으로는 회의록 공개 문제가 남아 있다. 기금위는 1월 26일 리밸런싱 유예를 결정한 회의록을 2030년까지 비공개하기로 했고, 5월 28일 목표 비중을 높인 회의의 회의록도 공개되지 않았다.
시장 영향을 고려한 비공개라는 설명과 별개로, 주요 결정의 근거를 검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