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천억 원짜리 위성이 연료 부족으로 궤도를 지키지 못한다면, 새 위성을 쏘는 대신 우주에서 고쳐 쓰는 편이 나을까. 궤도상 서비싱(OOS) 기업 워커린스페이스는 이 수요를 겨냥해 첫 서비스 로봇위성 ‘VEROS-1’을 2029년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OOS는 로봇위성이 고장 나거나 연료가 떨어진 위성에 접근해 붙잡고, 연료를 보충하거나 수명을 연장하는 서비스다. 워커린스페이스가 주요 고객으로 보는 정지궤도는 지구 적도 상공 약 3만6000km에 있다. 이 궤도의 위성은 한 기 가격이 수천억 원에 이르지만, 연료가 소진돼 위치를 유지하지 못하면 운용을 이어가기 어렵다.
반면 스타링크처럼 저궤도에서 운용되는 위성은 한 기당 수십억 원 수준이어서, 고장 나면 수리보다 새로 발사하는 편이 경제적일 수 있다.
위성 설계의 전제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우주에서 손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예비 부품을 싣고 고장 가능성을 낮추느라 제작비가 높았다.
김해동 대표는 10년 사용을 위해 5000억 원을 들이는 대신, 2000억~3000억 원에 만들어 5년 쓰고 우주 서비스를 받아 나머지 5년을 연장하는 방식이 경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가 위성을 살릴 수 있다면 수리비를 낼 고객이 있다는 판단이다.
상업 서비스 사례는 아직 드물다. 미국 노스롭 그루먼은 2019년 발사한 서비스 위성 MEV-1을 이듬해 통신위성과 결합해 궤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워커린스페이스는 집게팔을 넘어 휴머노이드형 로봇팔과 인공지능을 결합해 대상 위성의 형상을 파악하고 파손 없이 붙잡는 기술을 개발하려 한다.
고가의 우주용 로봇팔 대신 지상 산업용 제품을 보완해 비용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워커린스페이스는 2028년 우주환경 시험을 거쳐 2029년 VEROS-1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이 위성은 연료가 부족한 위성에 접근해 결합한 뒤 대신 궤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세종시에 짓는 위성 조립·시험 시설은 2027년 3월 준공 예정이며, 회사는 올해 말 시리즈A 투자 유치도 계획하고 있다.
2024년 설립된 회사가 내세운 목표는 위성 수명 연장에서 정밀 수리와 우주 구조물 조립까지 서비스를 넓혀 글로벌 OOS 기업 톱3에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