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4일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난 화재로 근로자 23명이 숨졌다. 2026년 4월 22일 항소심은 박순관 대표에게 1심의 징역 15년보다 크게 낮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형량이 줄었지만, 재판부가 박 대표의 안전 책임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수원고법 형사1부는 박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하고, 주요 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유해·위험요인 점검을 하지 않고 중대재해에 대비한 매뉴얼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혐의 등을 적용했다. 항소심의 감형은 이런 책임을 모두 무죄로 본 결과가 아니라, 일부 혐의에 대한 법 해석과 양형 판단이 1심과 달랐기 때문이다.
쟁점 중 하나는 공장 3동 2층에 별도 비상구를 설치할 의무가 있었는지였다. 항소심은 관련 안전보건규칙이 위험물질 취급 작업장과 작업장이 있는 건축물에 비상구를 두도록 할 뿐, 층마다 설치하라고 정하지는 않았다고 봤다. 2층에도 반드시 별도 출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게 넓다는 이유로 해당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유족과의 합의도 형량을 낮춘 요소였다. 항소심은 합의한 사정을 박 대표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했다. 반면 1심은 기업이 안전 비용을 줄여 이윤을 추구한 뒤, 사고가 나면 자금력을 앞세워 유족과 합의하고 선처받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합의를 두고도 1심은 그 배경과 관행을 경계했고, 항소심은 박 대표의 형을 정할 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한 셈이다.
따라서 징역 4년은 안전보건 의무 위반이 없었다는 판단이 아니다. 경영책임자 지위와 주요 의무 위반은 인정하면서도, 층별 비상구 설치 의무는 법에 명시되지 않았다고 본 점, 유족과의 합의를 양형에 반영한 점이 1심과 다른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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