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테슬라가 중국산 메모리를 대안으로 거론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다만 실제 공급처를 바꾸려는 움직임인지, 메모리 가격을 낮추기 위한 압박인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10월 11일 램 공급 부족을 지적했고, 15일에는 중국이 2028년에 대량의 램을 생산할 것이라고 썼다.
그는 메모리 품귀 때문에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생산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려고 자체 설계 칩의 메모리 용량까지 줄였다고 밝혔다.
애플 CEO 존 터너스도 15일 인터뷰에서 공급 제약을 “절대적인 위기”라고 부르며 모든 선택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제품을 시험한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초기 논의는 중국 판매용 아이폰·맥북에 적용하는 방안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압박의 배경은 AI 데이터센터 투자다.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커지자 업체들이 생산 역량을 고부가 제품에 집중했고, 스마트폰·PC용 범용 D램까지 공급이 빠듯해졌다.
제조사 쪽으로 기운 가격 결정력을 되돌리기 위해 빅테크가 중국산을 협상 카드로 내밀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산이 곧바로 한국산을 대체하기 어려운 조건도 있다.
범용 메모리 구매가 전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와 공급망 보안 우려, 정치적 부담이 도입을 제약한다.
CXMT의 올해 2분기 세계 D램 점유율은 10%로 1년 전보다 6%포인트 높아졌지만, 삼성전자 38%, SK하이닉스 25%와는 차이가 있다.
CXMT는 셀 면적을 33% 줄일 수 있는 4F² 기술을 적용한 서버용 D램을 연내 선보이겠다고 했으나, 수율과 생산원가는 공개하지 않았다.
증권가가 분석한 삼성전자와의 공정 기술 격차도 양산 시점 기준 5~7년이다.
따라서 중국산 메모리의 의미는 당장의 대체보다 커지는 생산력과 가격 협상력에 있다.
애플은 중국 업체 제품을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미 의회로부터 요구받았고, 터너스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공급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공급난이 이어지는 동안 중국 제품 검토가 실제 구매로 이어질지, 가격 협상에 머물지는 규제와 생산능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