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 눈 속헹 씨 유족에게 보낸 사과 서한은 캄보디아에 도착했지만, 대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금은 2026년 10월 현재까지 지급되지 않았다. 사과와 배상 사이에 해외 거주 유족이 마주한 행정 절차와 예산 문제가 남아 있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였던 속헹 씨는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와 일하다 2020년 12월 20일, 귀국을 20여 일 앞두고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졌다. 당시 30세였다. 대법원은 1월 29일 이주노동자의 주거 환경을 관리할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배상할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주노동자 주거 환경에 대한 국가의 관리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었다. 장관의 서한은 판결 뒤인 2월에 발송됐다.
〈시사IN〉이 9월 14일 캄보디아 타케오주 키리봉에서 만난 넷째 언니 눈 속하 씨는 서한을 취재진에게 보여줬다. 서한에는 노동환경과 체류자격에 따른 보호 사각지대를 살피고 외국인 노동자 정책을 재설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배상금 수령에는 별도의 난관이 있었다.
국가배상금은 국내 은행 계좌로만 지급돼 해외에 사는 유족이 직접 받을 수 없고, 대리 수령에는 위임장과 인감증명서가 필요했다. 국내 주소와 외국인 등록이 없는 유족은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해 영사증명 절차를 밟았다.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이 위임의 진위를 여러 차례 확인하면서 절차가 더 늦어졌고, 영사증명은 9월이 지나서야 발급됐다. 산재 유족보상금은 외국 계좌로 받을 수 있지만 국가배상금은 그렇지 않다.
서류 절차가 끝난 뒤에도 지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유족 측 변호사는 10월 19일 법무부 예산 부족으로 판결금 지급이 지연되고 있으며, 다른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속헹 씨는 가족을 위해 한국행을 택했고, 고향 가족은 그가 보낸 돈으로 낡은 오두막을 허물고 방 한 칸짜리 집을 지었다.
부모는 딸의 죽음과 바꾼 돈으로 지은 집에서는 살 수 없다며 다른 낡은 집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