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에서 이가경은 총구 앞에서도 “내 배후는 조선이다”라고 맞선 뒤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다.
10월 20일 공개된 평론이 주목한 것은 대사의 기세뿐 아니라, 겁먹은 표정에서 결연함으로 바뀌고 다시 상대의 시험을 짚는 김유정의 연기다.
납치는 구국단이 가경의 밀정 자질을 시험하려 꾸민 일이었고, 가경은 이를 알고 있었다.
두려움에 떠는 모습에도 계산이 있었다는 반전은 앞선 표정의 의미를 바꾼다.
1932년 일제강점기 경성이 배경인 이 작품에서 가경은 처음부터 독립운동에 뜻을 둔 인물이 아니다.
소매치기로 살아가며 미국으로 떠날 돈을 구하던 그는 유소란(김현주)과 거래한 끝에 총독부 통역생 금서희로 잠입한다.
김유정은 생존을 위해 거짓말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가경을 공손한 일본어와 영어, 부산 사투리로 표현한다.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의 양자인 사토 히데오(박진영)가 자신을 의심하자 “좋아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요”라고 받아치는 장면에서는 능청스러운 거짓말이 긴장 속 웃음과 설렘을 만든다.
가경의 변화는 신념을 선언하기보다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는 행동으로 쌓인다.
유소란이 유산했다는 말을 듣고 미역과 소고기를 사 오지만, 다정한 말로 위로하지는 않는다.
구국단의 시험에 분노하다가도 유소란이 죽은 딸의 이름을 빌려줬다고 고백하자 마음이 흔들린다.
밀정을 그만두려던 결심이 바뀌는 과정에서 김유정은 날 선 말과 상대를 바라보는 표정 사이에 차이를 두며 연민을 드러낸다.
평론은 앞선 작품 ‘친애하는 X’의 백아진과 가경을 대비한다.
타인을 이용해 정상에 오르려던 백아진과 달리 가경은 타인의 아픔 때문에 자신의 계획을 바꾸기 시작한다.
두 사람 모두 살아남기 위해 가면을 쓰지만, 그 뒤에서 움직이는 마음은 다르다는 분석이다.
아역 시절 ‘해를 품은 달’의 어린 연우와 ‘구르미 그린 달빛’의 라온을 거쳐온 김유정의 연기 폭이 공포와 분노, 능청과 연민을 오가는 가경에게서 드러난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100일의 거짓말’은 16부작이다.
평론은 지난 네 회에서 김유정이 첩보의 긴장과 인물의 변화를 함께 이끌 만한 근거를 보였다고 짚는다.
가경의 신념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시험을 통과하려 외친 만세가 앞으로 어떤 선택으로 이어질지는 남은 이야기의 궁금증으로 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