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있던 의사가 약 870㎞ 떨어진 중국 상하이의 수술 로봇을 조작해 돼지 방광 일부를 절제하고 봉합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강석호 비뇨의학과 교수가 10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비뇨의학회 정기 학술대회에서 이 수술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상용 수술 로봇을 이용한 국내 첫 국가 간 원격 수술 실증이다.
강 교수는 서울에 설치된 조종 장치인 콘솔로 상하이 현장의 로봇을 실시간 조작했다. 사용한 장비는 중국 마이크로포트 메드봇이 개발한 수술 로봇 ‘투마이’다. 이번 실증은 의사가 환자와 떨어진 곳에서 통신망을 통해 로봇을 움직이는 원격 수술이 실제 수술 환경에서 구현되는지를 확인한 사례다.
원격 수술은 전문의가 직접 이동하지 않고도 의료진이 부족한 지역의 환자를 수술하거나, 재난 지역과 해상처럼 의료진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서 수술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다만 국가 간 원격 수술 자체가 처음은 아니다.
2001년에는 미국 뉴욕의 의료진이 대서양 건너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환자의 담낭을 원격으로 제거했다. 통신 기술과 수술 로봇이 발전하면서 장거리 수술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번 사례는 실제 환자가 아닌 돼지를 대상으로 한 실증이라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하려면 통신 지연이나 장애가 발생할 때도 환자 안전을 지킬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의사와 환자가 서로 다른 국가에 있을 경우 의료 행위의 책임을 누가 질지, 환자 정보를 어떻게 보호할지도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강 교수는 이번 실증이 한국과 중국의 물리적 거리를 넘어 원격 수술의 구현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면서도, 환자 안전과 제도적 기반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