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절을 반복하거나 소리를 길게 늘이고, 말이 막혀 침묵하는 말더듬증을 단순한 긴장이나 버릇으로만 볼 수 없다는 국제 전문가들의 합의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의 제럴드 맥과이어 정신의학과 교수가 30명 이상의 전문가를 모아 마련한 임상 진료 지침은 말더듬증을 ADHD처럼 신경생물학적 요인에 뿌리를 둔 뇌 신경계 질환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침은 미국 전문 매체 ‘정신의학 타임스’에 발표됐다.
전 세계 말더듬증 환자는 약 8000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맥과이어 교수도 어린 시절 질문에 답하려고 손을 들고도 단어를 말하지 못하거나, 겨우 꺼낸 말이 알아듣기 어렵고 긴 침묵으로 이어지는 일을 겪었다. 그는 이 경험을 계기로 말더듬증의 신경학적 원리를 연구해왔다.
말더듬증을 성인이 되면 저절로 사라지는 발달 과정의 문제로 여겨온 시각과 달리, 새 지침은 뇌 신경계의 특성에 초점을 맞췄다.
치료 방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패널의 90%는 언어치료 중심의 기존 치료를 ‘보통’ 또는 ‘미흡’으로 평가했다. 말을 더듬는 횟수를 줄이는 데 집중하면 환자가 말할 때마다 스스로를 검열해 좌절하고 지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치료는 증상 횟수를 억지로 줄이기보다 환자가 말더듬증을 받아들이고 소통에 자신감을 갖도록 돕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패널은 언어치료사가 계속 중심 역할을 하되 약물치료와 인지치료 등을 더해 개인별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약물에는 가능성과 주의점이 함께 담겼다. 맥과이어 교수는 환자의 뇌에서 도파민 수치가 비환자군보다 높다는 점을 관찰해 그 영향을 연구 중이다. 지침은 ADHD 치료제처럼 도파민을 높이는 약물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고, 도파민 과활성을 억제하는 조현병 치료제 아리피프라졸을 치료 후보로 제시했다.
다만 말더듬증은 나타나는 양상이 다양하고 전용 약 개발의 수익성도 불확실해, 언어·약물·인지 치료를 환자별로 조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