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춘천시 사북면 송화초등학교 5학년 하선호군(11)은 부모와 떨어져 농촌유학을 온 지 3년째다.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농가를 오가며 지내는 선호군의 일상에는 농가부모와 센터, 마을 이웃이 함께한다.
선호군은 3학년 때 기숙사 생활로 농촌유학을 시작했고, 이듬해부터 지역아동센터와 연계된 농가에서 살고 있다. 농촌유학생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생활을 돌보는 이들을 농가부모라고 부른다. 선호군과 또래 유학생 한 명을 보살피는 농민 이상진·홍순덕씨 부부는 10년 넘게 아이들을 돌봐왔다.
오전에는 송화초에서 정규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에서 놀이학습을 한다. 센터 관계자들이 학교를 찾기도 하고 아이들이 센터로 이동하기도 한다. 저녁을 먹고 오후 7시쯤 농가로 돌아오면 씻고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다.
학교와 센터가 배움과 방과 후 시간을 맡는 동안 농가부모는 등교 준비와 귀가 후 생활을 챙긴다.
부부는 처음부터 아이를 맡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다. 자기 자녀를 키우기도 어려운데 남의 아이까지 돌볼 수 있을지 걱정돼 센터의 요청을 여러 차례 거절했다. 6개월만 해보자는 권유로 시작한 돌봄은 지금까지 이어졌다. 홍씨는 아이들과 아침에 인사를 나누는 일상이 즐겁다고 말한다.
아이도 부부가 늦게 들어오면 어디에 갔는지, 언제 돌아오는지 궁금해하고, 농사를 짓는 이상진씨가 비를 걱정한 말을 기억해 함께 날씨를 염려한다. 동갑내기 친구에게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옷과 책을 스스로 챙기는 모습도 보인다.
어머니 김두연씨는 경기 하남에서 직장생활을 해 아이와 함께 이주하기 어려웠다. 신도시의 과밀학급 교육 환경을 벗어나 아이를 키우려 농촌유학을 선택했지만, 처음에는 걱정돼 춘천을 자주 찾았다. 선호군이 아플 때 농가부모가 상태를 알리고 돌본 일은 어머니의 불안을 덜었다.
계절 옷과 신발은 어머니가 농가부모와 연락해 챙겼고, 생활의 중요한 문제는 센터를 통해 소통했다.
선호군은 길에서 만난 주민에게 먼저 인사하고 나무와 이웃집 강아지를 소개할 만큼 마을에 익숙해졌다. 어머니는 아이가 마을 어른들과 인사하는 모습을 보며 “온 마을이 키우는구나”라고 느꼈다. 이상진씨는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은 식구”라고 말한다.
함께 먹고 서로의 안부를 살피는 생활 속에서 농가부모와 아이는 가족처럼 가까워졌다.